산그늘에 고요히 마음이 베인다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 이기철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 시.. 2005.04.23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 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 시.. 2005.04.23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 시.. 2005.04.23
있었던 일 -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 가지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시.. 2005.04.22
가슴에 묻는꽃 가슴에 묻은 꽃 .................황 희 순 장미 흐드러진 돌담길, 백발 노파가 활짝 핀 꽃 한 송이 꺾어 들고 지나가는 사람 코에 대주기도 하면서 비척비척 걸어가요.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청춘 꺾어 들고 향기를 뿌려요. 주름진 얼굴이 화사해요. 누군들 꽃 같은 시절 없었겠어요. 막 피려는 꽃이 있었지.. 시.. 2005.04.15
잘못하면 알아진다. 잘못하면 알아진다 너무 많은 진실과 너무 많은 거짓이 인생 한마디로 졸아들고 마는 것을 마흔 나이로 일흔의 生涯도 결국엔 인생이란 두 글자에 담겨지고 있는 것을 그래서 인생은 봄날 꽃일 수 없고 여름 녹음일 수도 없는 것을 오히려 인생은 밤에 우는 고목의 썩은 등걸인 것을 잘못.. 시.. 2005.04.15
지금 넌 행복하니? 지금 넌 행복하니? 아이들은 언제나 뛰어 다니고 어른들은 항상 찬찬히 걷는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더디게 가는 시간을 뛰어가고 어른들은 시간의 빠름을 탓하며 찬찬히 걷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시간을 잃어버리는 슬픔을 의미하지만 잃어버린 시간만큼 기억이란 게 남으니 다행이다 잃.. 시.. 2005.04.15
사랑은 잊혀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잊혀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머리에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뼛속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죽어 살이 썩고 뼈가 삭아 맨 마지막 뼈 한 조각마저 먼지로 화할 때 비로소 눈을 감는 것이다 시.. 2005.04.14
그리운 꽃 편지 / 김용택 그리운 꽃 편지 / 김용택 봄 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대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 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 시.. 2005.04.13
불혹..양현근 어느 시절이었을까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녀의 발걸음과 목소리 그리고 그림자까지 몽땅 나의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바짝 마른 계절의 언저리에서 뭉툭한 손톱으로 잘근잘근 세상을 그리다가 스폰지같은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그만 철벅대는 속살을 들키고 말.. 시.. 200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