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꽃
.................황 희 순
장미 흐드러진 돌담길, 백발 노파가 활짝 핀 꽃 한 송이 꺾어 들고
지나가는 사람 코에 대주기도 하면서 비척비척 걸어가요.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청춘 꺾어 들고 향기를 뿌려요.
주름진 얼굴이 화사해요.
누군들 꽃 같은 시절 없었겠어요.
막 피려는 꽃이 있었지요.
내 작은 정원에 돋아난 이쁜 꽃봉오리였어요.
어느 날 그 꽃 꺾이어 가슴에 묻었어요.
그 꽃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찔러요.
피가 흥건해요.
이건 꿈인지도 몰라요.
전생에 나는 서천국 사람이었대요.
큰 죄를 지어 사람으로 환생했대요.
선심을 베풀지 않으면 죽어 제사도 못 얻어먹는대요.
아마 전생에 막 피려는 꽃을 꺾었나봐요.
그 꽃에 찔리며 금생을 살아요 이건 정말 꿈인지도 몰라요
* 『한국문학도서관 시인의 서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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