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절이었을까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녀의 발걸음과 목소리 그리고 그림자까지
몽땅 나의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바짝 마른 계절의 언저리에서
뭉툭한 손톱으로 잘근잘근 세상을 그리다가
스폰지같은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그만 철벅대는 속살을
들키고 말아
외로운 섬 하나 만들자고
거친 세상 같이 아파보자고 속 가시에 찔렸던
것인데
그랬던 것인데
꽃섬을 지나와서야 비로소 독한 사랑인 줄 알아
자정이 넘은 거리를
꽃다발은 저리 벙글어대고
이제
가야할 시간인데
걸어둔 별들은 저리 쏟아지고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도 달은 뜨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랬던
것 같은데
꽃무리는 저리 왈칵 쏟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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