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불혹..양현근

추억66 2005. 4. 13. 11:09

 


    어느 시절이었을까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녀의 발걸음과 목소리 그리고 그림자까지
    몽땅 나의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바짝 마른 계절의 언저리에서
    뭉툭한 손톱으로 잘근잘근 세상을 그리다가
    스폰지같은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그만 철벅대는 속살을
    들키고 말아
    외로운 섬 하나 만들자고
    거친 세상 같이 아파보자고 속 가시에 찔렸던 것인데
    그랬던 것인데
    꽃섬을 지나와서야 비로소 독한 사랑인 줄 알아
    자정이 넘은 거리를
    꽃다발은 저리 벙글어대고
    이제 가야할 시간인데
    걸어둔 별들은 저리 쏟아지고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도 달은 뜨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랬던 것 같은데
    꽃무리는 저리 왈칵 쏟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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