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걸어야 내 그리움의 끝에 닿을 것인지 걸어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밤새도록이라도 걷겠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고 나는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도 그냥 건성으로 지나치고 마치 먼 나라에 간 이방인처럼 고개 떨구고 정처없이 밤길을 걷기만 했습니.. 시.. 2005.06.29
바람은 그대 쪽으로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 시.. 2005.06.28
나무 나무/박재삼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을 보아라. 사랑하는 이여, 그대 스란치마의 물살이 어지러운 내 머리에 닿아 노래처럼 풀려가는 근심, 그도 그런 것인가. 사랑은 만번을 해도 미흡한 갈증(渴症), 물거품이 한없이 일고 그리고 한없이 스러지는 허망이더라도 아름다운 이.. 시.. 2005.06.22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 김기린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긴 밤에 홀로 있어 떨어지는 별의 끝간 데를 보면서 사는 것. 더 참을 수가 없어..,뚝 소리를 내며 터지는 새싹소리와 키 큼을 같이 듣고 인내하는 마음의 샘이 늘 젖어 있는 것. 귀뚜라미 소리에도 놀란 가슴에 닫혀지지 않는 호기심이 연이.. 시.. 2005.06.21
내가 기억하니까요 내가 기억하니까요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당신을 알기전에 봤던 영화였습니다 처음봤을땐 스쳐지나갔던 장면이 이번엔 마음에 남았습니다 젊었을때 만나 딱 한번 점심식사를 함께한 남자를 사랑하느라 평생 다른사람을 마음에 들이지 않은 중년 여인이 영화속에서 말합니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때 .. 시.. 2005.06.20
새와나무 새와 나무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 시.. 2005.06.17
알 수 없는 침묵 알 수 없는 침묵 - 박성철 언제나 멀리 있는 것은 가까이 둘 수 없기에 더 그리웁고, 손 닿을 수 없는 것은 두고 바라만 봐야 하기에 더 애타게 나를 흔들어놓는다. 갖고 싶은 것은 왜 늘 멀리에만 있는가.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멀리 있는 것 손 닿을 수 없는 것도, 눈물 한 방울 떨구면 모.. 시.. 2005.06.16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 시.. 2005.06.15
너는 바람이다 너는 바람이다 시 : 김용화 뼈마디 사이에 바람이 분다. 바람은 소리없이 불어와 삭신을 훑고 실핏줄로 빠져나간다. 너를 알고부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없었다. 실핏줄을 빠져나간 바람이 되돌아와 심장에 박힌다 화살처럼 너는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 생각과 생각 사이에 너는 유령처럼 일어나 .. 시.. 2005.06.11
흐린날의 바다는 참 쓸쓸해 보인다 흐린날의 바다는 참 쓸쓸해 보인다 나는 바다에 서 있다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할 파도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그를 떠나 보내며 쓸쓸한 바다에 서 있다.... 서해바다에서.. 가끔씩은 흔들려보는 거야... 흐르는 눈물을 애써 막을 필요는 없어 그냥 내 슬픔을 보여주는 거야... 자신에게까지 숨길 필.. 시.. 200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