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 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