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 정호승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 시.. 2010.10.21
백일홍 편지 / 이해인 백일홍 편지 / 이해인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고향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오는 백일홍 날마다 무지갯빛 편지를 족두리에 얹어 나.. 시.. 2010.09.28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버릴 수 있다면 / 류시화 누가 말했었다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강에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것이라고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 지는가 흰 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것들 들꽃들은 왜 한적한.. 시.. 2010.09.27
어느 세월에 그대 다시 만날까 - 백창우 어느 세월에 그대 다시 만날까 - 백창우 어느 세월에 그대 다시 만날까 어느 곳에서 만날까 그대 동그란 어깨 위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우리의 약속이 하얗게 부서진다 그 누가 알까 우리 사랑을 우리 가난했던 사랑을 아스팔트 위를 무리지어 뛰어가는 바람처럼 그대의 모습이 자꾸만 멀어진다 그대 .. 시.. 2010.09.17
오래된 가을 / 천양희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억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속에 오래 서있어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 시.. 2010.09.17
강둑에서...서주홍 강둑에서...서주홍 아직은 남아 있을 이 강가 어디 너의 체취를 석양 그늘 진 강둑에 찾아 나왔다 하늬바람이 강 기슭을 기어오르고 마치 강 울음인양 내 등줄기를 스칠 때 언뜻 감은 내 눈속으로 살아 돌아오는 너 보일 둣 눈 뜨면 사라지는 너의 영혼을 나는 보았다 이어 달빛은 감은 내 눈속에서 굴.. 시.. 2010.09.09
안다는 것이 가끔은... 안다는 것이 가끔은... 서로가 서로를 많이 안다는 것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감추고 숨기려 해도 이미, 서로가 서로를 알아 버린 것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불에 데인 흉터를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데 이미, 알아 버린 사람이 미울 때가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많이 안다는 것이 다, 좋은 것.. 시.. 2010.08.14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 시.. 2010.08.10
세월과 인생 / 법정스님 세월과 인생 / 법정스님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어린 사람은 한 살 더해지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 줄어든다. 되찾을 수 없는게 세.. 시.. 201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