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천양희 물음 세 번이나 이혼한 마거릿 미드에게 기자들이 왜 또 이혼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되물었다 “당신들은 그것만 기억하나 내가 세 번이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은 묻지 않고” 시 쓰는 어려움을 말한 루이스에게 독자들이 왜 하필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가 되물었다 “왜 .. 시.. 2012.11.18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김종해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안녕 하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 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작아서 아름답다 시.. 2012.11.11
넌 / 조병화 넌 / 조병화 넌 그 자리에서 좋은 거다 그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좋은 거다 지금 이곳에서 널 생각하고 있는 거리만큼 머리 속에서 넌 그 자리에서 좋은 거다 때론 연하게, 때론 짙게 아롱거리는 안개 밋밋한 자리 감돌며 밤낮을 나보다 한발 앞자리 허허 떠 있는 그 " 있음" 넌 그 자리.. 시.. 2012.10.16
먼 산 / 안도현 캔버스에 유채 53×33.3㎝ 2000/ 백중기 먼 산 / 안도현 저물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수록 멀어지는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숨기고 그대의 먼 산이 되지요. 시.. 2012.10.16
저 가을 속으로 / 박정만 저 가을 속으로 / 박정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 같은.. 시.. 2012.10.16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 . 사랑은 참 .. 시.. 2012.09.29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 보세요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 보세요 -이해인- 아름다운 것들에 깊이 감동할 줄 알고.... 일상의 작은 것들에도 깊이 감사할 줄 알고.... 아푼사람 슬푼사람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그럭게 순하게 아름답게 흔들리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워.. 시.. 2012.09.29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 시.. 2012.06.06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이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 시.. 2012.02.11
[진은영 시로 여는 아침] 숲에 관한 기억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 시.. 201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