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시.. 2015.06.27
가을 서곡 가을 서곡 이제부턴 누구나 슬퍼질 뿐이다. 나이보다 한 십 년씩 나이 먹게 될 뿐이다. 눅진눅진 못 견디게 추근대던 음성도 까칠하고 싸늘한 침묵으로 물러앉고 끈적 거려 못 견디던 축축한 눈길도 거두어져 마알간 찬이슬로 맺히고 쬐그만 풀씨처럼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까마케 새까.. 시.. 2014.11.03
..가을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 시.. 2014.11.03
11월의 노래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 시.. 2014.11.02
11월 11월의시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 시.. 2014.11.02
진달래꽃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가가 여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시.. 2014.05.18
5 월 / 오세영 5 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시.. 2014.05.18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문태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시.. 2013.08.02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안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시.. 2013.08.02
귀가/도종환 귀가/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 시.. 201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