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말/조동례 그냥이라는 말/조동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 시.. 2013.08.02
매미/도종환 누구에게나 자기 생의 치열하던 날이 있다 제 몸을 던져 뜨겁게 외치던 소리 소리의 몸짓이 저를 둘러싼 세계를 서늘하게 하던 날이 있다 강렬한 목소리로 살아 있기 위해 굼벵이처럼 견디며 보낸 캄캄한 세월 있고 그 소리 끝나기도 전에 문득 가을은 다가와 형상의 껍질을 벗어 지상에 .. 시.. 2013.08.01
"그럼 어때 "그럼 어때!" 황동규 나흘 몸살에 계속 어둑어둑해지는 몸, 괴괴하다. 비가 창을 한참 두드리다 만다. 한참 귀 기울이다 만다. 고요하다. 생시인가 사후(死後)인가, 태어나기 전의 열반(涅槃)인가? 앞으론 과거 같은 과거만 남으리라는 생각, 숨이 막힌다. 실핏줄이 캄캄해진다. 일순 내.. 시.. 2013.07.29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 시.. 2013.07.29
[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맨드라미 [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맨드라미 김명인 붉은 벽에 손톱으로 긁어놓은 저 흔적의 주인공은 이미 부재의 늪으로 이사 갔겠다 진정 아프게 문질러댄 것은 살이었으므로 허공을 피워 문 맨드라미는 지금 생생하게 하루를 새기는 중! 찢긴 손톱으로 이별을 긁어대는 오늘의 사랑 뜨겁다 .. 시.. 2013.07.26
벚꽃 활짝 피던 날 벚꽃 활짝 피던 날 그대 처럼 어여쁘고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으로 누가 나를 반기겠습니까 어쩌자고 어떻게 하려고 나를 끌어 당기는 것입니까 유혹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내 가슴을 왜 불타게만 합니까 그대를 바라봄이 행복합니다 그대의 향기에 온 몸이 감싸입니다 그대로 인해 내 마.. 시.. 2013.04.13
봄이 그냥 지나요/김용택 봄이 그냥 지나요/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 시.. 2013.04.13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도종환 죄를 짓고 돌아온 날 밤 밤을 새워 울었습니다. 아침마다 당신으로 마음을 열고 날 저물면 당신 생각으로 마음 걸어 닫으며 매일매일 당신 생각만으로 사는데도 이렇게 흔들리며 걸어가는 날이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울지 않고 무너지는 나의 마음 때문에.. 시.. 2013.04.12
쓸쓸/문정희 쓸쓸/문정희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 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 시.. 2012.11.28
들국화 / 천상병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시.. 201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