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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곤충, 한반도를 습격하다

추억66 2013. 7. 31. 11:53

지난 5월 기상청은 2100년이 되면 우리나라 전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해 홍수 위험이 커짐과 동시에 지상 기온의 상승으로 토양 수분은 감소해 가뭄의 위험도 커지는 이상 현상이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열대 및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동물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벌어진 대표적인 해프닝이 최근의 여수 괴물고기 사건이다. 지난 15일 한 네티즌이 여수에서 잡힌 이상한 물고기의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것. 등 부분에 곤충 더듬이 모양의 붉은 지느러미가 달린 이 괴물고기의 정체를 놓고 ‘방사능물고기’ 또는 ‘기형물고기’ 등의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에 의해 여수 괴물고기의 정체는 아열대 심해어종인 ‘홍투라치’임이 밝혀졌다. 홍투라치의 경우 예전엔 한반도 연안에서 보기 힘든 어종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온난화 영향으로 가끔 연근해에서 잡히고 있다.

▲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우리나라에 나타난 꽃매미들의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이동거리가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짧은 것으로 알려진 곤충의 경우에도 아열대 및 열대지방의 종들이 우리나라에서 잇달아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제주의대 이근화 교수팀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똑같은 흰줄숲모기가 제주도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미국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이 교수팀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도 7개 지역에서 채집 활동을 한 결과 제주공항 및 제주항 등에 흰줄숲모기가 많이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가 들어와도 기후가 맞지 않아 겨울 동안 죽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흰줄숲모기가 상당 기간 생존하는 사실이 확인된 것. 특히 베트남 흰줄숲모기의 제주도 서식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흰줄숲모기의 서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뎅기열 매개 모기라는 점 때문이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질환으로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감염되며, 매년 1만2천여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이다.

뎅기열은 열대 및 아열대에서만 유행하는 질병

치사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치료약이 없으며 병이 진행되면 관절통 및 근육통 등 강한 통증을 동반하므로 영어권에서는 ‘뼈를 부러뜨리는 열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와 함께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열대병이지만, 뎅기열은 말라리아와는 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말라리아의 경우 병의 기원이 아프리카 지역인 데 비해 뎅기열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 세계로 퍼졌다. 또 말라리아는 위생시설이 잘 갖추어진 선진국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뎅기열은 위생시설이 좋은 싱가포르에서도 매년 수천 명이 감염되고 있다. 그리고 말라리아는 여름철에 가끔 온대지방에서도 기승을 부리는 경우가 있지만, 뎅기열은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만 유행하는 전염병이다.

이번에 발견된 제주도의 흰줄숲모기에서는 뎅기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모기가 국내에 토착화될 경우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뎅기열이 발생하고 퍼질 가능성이 있다.
 
주로 베트남, 인도, 중국 남부 등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등검은말벌도 우리나라에서 서식 지역을 확산시키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가운데 가슴의 등판이 검은색인 등검은말벌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03년 부산 영도 지역에서다. 그 후 꾸준히 서식 지역을 넓혀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 의하면 지리산에서부터 강원도 삼척까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사냥해서 유충에게 먹이로 주는 꿀벌 전문 포식자인데, 이로 인해 국내 양봉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등검은말벌의 등장 이후 국내에 서식하는 토착 대형 말벌류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등검은말벌은 건물 처마나 가로수, 화단 등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 환경부는 10년 내에 이 곤충의 서식지가 남한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열대 지방의 나비나 매미도 국내에서 토착화되고 있다. 일본 남부나 대만에 서식하는 물결부전나비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성충이 기류를 타고 날아와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관찰되곤 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초 이 나비의 유충과 알이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발견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그 터전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산 예측에 대한 체계적 연구 필요해

타이완, 필리핀, 보르네오, 서인도제도 등에 서식하는 소철꼬리부전나비는 지난 2005년 서귀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에는 제주도 전역에 출현하며 제주도의 주요 가로수인 소철에 피해를 주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도심이나 정원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나비는 소철을 먹고 사는데, 애벌레도 소철 줄기의 섬모 속으로 파고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중국의 열대 지역에서 황사를 타고 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견되곤 했던 꽃매미도 최근 우리나라의 기후에 적응하면서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 매미는 긴 주둥이로 즙을 빨아먹어 나무를 말려 죽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에서 날아와도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죽었지만, 온난화로 인해 최근에는 과수농가에 피해를 끼치기 시작했다.

동남아의 다습한 산림지역에 서식하는 영양사슴하늘소도 경남 영양군 일대에 살고 있는 것이 10여 년 전에 확인된 바 있다. 몸길이가 6.2㎝에 달하는 이 대형 갑충은 한국의 사슴벌레와는 달리는 턱 관절이 길고 큰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외래 곤충들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번식 속도가 빠르다. 또 이때까지 볼 수 없던 곤충이라 방재 대책이 없어 농가에서의 피해가 크며, 흰줄숲모기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생물학적 특징과 확산 예측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지속적인 예찰로 초기에 유입을 차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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