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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과연 청마(靑馬)였을까

추억66 2014. 1. 2. 21:45

 

칭기즈칸이 올라타고 있는 그 말 동상의 높이는 무려 40미터, 말의 높이만 해도 30미터에 달한다. 250톤의 철로 만들었다는 그 동상의 꼬리 안으로 들어가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뱃속까지 올라가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 그 후 다시 계단을 통해 말 머리로 올라가면 그 끝에 넓은 초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칭기즈칸이 10만 명의 기마병으로 지중해까지 쳐들어가 동서 8천㎞의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날렵하면서도 끈기 있는 몽고 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몽골 제국은 노마드 경영을 통해 잘 짜여진 조직체계와 효율적인 정보망으로 그 넓은 땅을 지배했다. 때문에 한국의 대중가수 싸이가 말춤 하나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오르자 칭기즈칸 이래 말로써 가장 빨리 세계를 제패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 2014년은 말의 해다. 말은 기억력이 뛰어나며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동물로도 유명하다.  ⓒ연합뉴스


옛날에는 한 국가의 부(富)와 군사력이 말의 수로써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총, 균, 쇠’라는 저서에서 만약 아메리카 대륙에도 말이 있었다면 1519년 코르테스가 이끄는 군대가 멕시코 해안에 상륙했을 때 수천 명의 아스텍 기병들이 그들을 다시 바다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남북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17세기 말엽에 이르러서야 유럽인들의 정착촌에서 도망친 몇 마리의 말들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말이란 가축을 갖게 됐다.

당시 말은 군사용인 전투마와 통신용의 역마는 물론 교통·운반·교역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또 말의 가죽과 털·힘줄은 가죽신이나 장신구 등에 사용됐으며, 마분(馬糞)은 약용·비료·마분지의 원료나 연료로도 쓰이는 등 부산물의 용도도 다양했다. 이처럼 인간 생활과 밀접한 말은 현재 하계 올림픽의 전 종목에 걸쳐 인간 이외에 선수로 참여하는 유일한 동물(승마 부문)이기도 하다.

달리기에 특화되어 있는 말의 신체

말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로 오랜 시간 동안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말이 지닌 신체적 특징 속에 숨어 있다. 말은 사람보다 무려 17배나 큰 심장을 지니고 있어서 몸 구석구석으로 보다 많은 산소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말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적혈구를 비장이라는 장기에 보관했다가 빠르게 달릴 때 사용할 수 있는 신체적 구조를 지닌다.

젤라틴 성분의 매우 단단한 각질 구조로 이루어진 말발굽도 달릴 때 체중의 약 8배에 해당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말발굽 뒤쪽에 있는 ‘제차’라는 조직은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하고 건조해진 말발굽에 수분을 공급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하지만 말은 단지 달리기만 잘하는 동물은 아니다.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지녔음은 물론 기억력이 뛰어나며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동물로도 유명하다. 20세기 초 독일의 한스라는 말은 사람의 말을 이해하며 수학문제까지 푸는 동물로 유명했다. 한스의 능력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나섰는데, 거기에서도 한스는 덧셈과 뺄셈 문제의 정답을 정확히 맞춰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스의 수학실력이 아니라 사람의 표정을 기막히게 읽어내는 능력이었음이 곧 밝혀졌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이 ‘7-4’라는 문제를 낼 경우 한스는 앞발을 세 번째 땅에 구를 때 과학자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서 멈췄던 것이다.

사람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말의 이런 능력은 사람과의 교감을 통한 정신적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서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자폐 등의 질환을 앓는 이들의 재활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통계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승마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그에 의하면 ADHD 어린이들이 승마를 할 경우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충동성 등이 줄어드는 치료 효과는 물론 사회성 저하, 삶의 질 저하, 낮은 자존감 등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승마를 하게 되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전신 근육을 쓰게 돼 운동 효과가 커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잘못된 체형을 교정해주고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산업 활성화 기대돼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1월 19일 그동안 귀족 스포츠로 인식돼온 승마를 대중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승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360여 곳인 승마장을 오는 2017년까지 500곳으로 늘리고 승마 전용마를 연간 1천 마리씩 공급하는 등 승마 산업 규모를 키워 한 번 타는 데 현재 5~10만원인 승마 비용을 3만원 정도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전남·제주도·전북·경북 등 각 지자체에서도 말 산업을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종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2014년 새해는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다. 갑오년의 갑은 청색을 의미하므로 새해는 말 중에서도 파란 말, 즉 ‘청마(靑馬)의 해인 셈이다. 갑오년 외에 병오년은 적마(赤馬), 무오년은 황마(黃馬), 경오년은 백마(白馬), 임오년은 흑마(黑馬)의 해로 불린다. 말의 털색에는 검은색이나 흰색, 누런색, 붉은색이 모두 있으나 푸른색만은 없다.

때문에 중세 유럽의 전설적인 동물 ‘유니콘’을 청마로 해석하는 설이 있다. 고대 로마의 기록에 의하면 유니콘의 몸통은 말, 머리는 사슴과 비슷하며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은 짐승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단 하나뿐인 유니콘의 뿔에는 강력한 힘과 해독 기능이 있어서 모든 병을 고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설 속의 유니콘은 대부분 흰색으로 그려져 있으며, 유니콘의 실제 모델동물로 알려진 오릭스도 흰색 동물이다. 지금은 멸종됐지만 사하라사막 등지에 살았던 오릭스는 흰색의 망아지만한 몸집에 1미터나 되는 한 쌍의 뿔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싸우거나 해서 뿔 하나가 떨어져나간 오릭스는 무리에서 쫓겨나 혼자 떠돌게 되며, 부러진 뿔은 다시 나지 않으므로 외뿔에 항상 혼자 다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유니콘이라는 상상 속의 동물을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즉 푸른 말이라는 동물은 실존하지 않으며, 청말띠가 백말띠보다 더 팔자가 사납다는 등의 말띠에 관한 소문도 잘못 알려진 속설일 뿐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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