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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풀이 뜨거워지면 태풍 온다

추억66 2013. 7. 26. 10:54

뜨거운 해수는 태풍의 에너지 원천

 

 

피서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떠나는 여름은 정말 축복받은 계절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본격적인 피서철은 몇 가지 고통스런 관문을 거쳐야만 즐길 수 있다. 여름철 제일 먼저 신고식을 하는 장마가 끝나면 대지를 태울 듯이 내려 쪼이는 햇볕에 의한 불볕더위와 불쾌지수가 반갑지 않게 찾아온다.

▲ 해마다 찾오는 불청객 태풍은 큰 피해를 입힌다.  ⓒ연합뉴스

 


여기에다 “윙 윙” 특유의 소리를 내는 밤의 불청객 모기에 열대야까지 겹치면 슬그머니 여름이 싫어진다. 그러나 이 모두는 여름철 최대의 불청객 태풍에 비할 바가 아니다. 태풍 영향권에 사는 우리나라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야만 비로소 여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태풍은 왜 생기고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태풍은 서태평양의 적도상의 가장 따뜻한 바다인 ‘웜풀(Warm pool)’에서 생긴다”고 말한다.

인도양부터 서태평양까지 이어지는 적도상에 평균 29℃ 이상의 수온을 가진 지역이 바로 지구상의 가장 뜨거운 바다 ‘웜풀’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이 뜨거운 이유는 적도지역이어서 태양열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수온이 뜨거우면 무조건 태풍이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태풍은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만 큰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허리케인의 눈을 찾아라

미국 미시시피주 빌록시 소재의 키슬러(Keesler) 공군기지에서 WC-130J 허큘리스( Hercules) 수송기 한 대가 이륙했다. 이 비행기는 매우 특별한 임무를 띠고 위험한 지역으로 날아갔다. 목표지역에 도달하자 한 승무원이 길고 둥그런 물체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것은 폭탄이 아니라 드롭존데(Dropsonde, 대기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낙하산에 달아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라디오존데)다. 이 항공기가 바로 ‘허리케인 헌터스(Hurricane Hunters)’라고 불리는 기상관측기다. 이들이 드롭존데를 투하한 지역은 적군의 대공포화가 빗발치는 상공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태풍의 눈이었다.

이 허리케인 헌터스는 허리케인 속으로 돌입해 드롭존데를 투하, 대기압, 온도, 습도, 기압, 풍향 등을 재서 미 국립허리케인관제센터(National Hurricane Center)로 보낸다. 이곳에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짐과 동시에 예·경보가 발령된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허리케인으로 다가가는 이유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위험한 임무다. 전문가들은 “태풍은 태풍의 눈을 정점으로 원심력으로 회오리치며 바람이 부는데 이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움직임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태풍 내부에선 연직적으로 발달한 초기의 대류운동이 수증기가 응결되는 과정에서 내뿜는 잠열을 통해 공기의 부력을 증가시키고, 강한 연직운동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 무풍지대인 태풍의 눈에서 모든 움직임이 일어난다.  ⓒ연합뉴스


태풍은 뜨거운 해수면으로부터 계속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적도상의 웜풀 지역이다. 웜풀에서 형성된 태풍은 세력을 더욱 키우면서 북상을 거듭한다. 괌에 이르면 상당히 세력이 커져서 드디어 태풍으로서 본색을 드러낸다.

이 태풍이 오키나와 군도를 관통, 한반도 최남단 이어도를 거쳐서 제주도를 강타하고 한반도를 습격하는 태풍의 정체다. 제주도 남단에 이어도해양과학기지를 세우고, 태풍예보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태풍의 진로는 예측이 어렵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은 우리나라와 주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주범이다. 최근 들어 더욱 강력해지고 있어 두려움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50여 년 동안 태풍 발생 빈도는 뚜렷한 경향이 없으나 분명한 것은 태풍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한편에선 “최근 들어 초강력 태풍인 슈퍼타이푼(최대 풍속 130kt 이상)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피해 역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재해 피해 현황을 보면 태풍 46%, 호우 14.9%, 폭풍 7.6%의 순으로 태풍에 동반된 호우 피해까지 합하면 태풍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규모는 60%가 넘는다.

미국의 경우,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매우 빠른 대처를 통해 허리케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9월 한반도 남부에 태풍 매미가, 미 동부에는 허리케인 이사벨이 상륙했는데 비슷한 규모와 강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9배에 달하는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당시 미국은 14일 전에 예보를 했고, 3일 전 모든 비상조치를 완료했으나 우리나라는 8시간 전에 조치가 이뤄지는 등 예보시스템에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태풍의 실시간 감시 및 정보 생산을 위한 원격탐사 기술이다. 태풍 발생시 정지궤도 기상위성 자료를 이용한 실시간 정보생산을 통해 태풍의 실시간 위치, 강도, 강우강도 등을 신속하게 계산해 예보 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청에서는 기존의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비롯해 극궤도 기상위성에 탑재된 마이크로파센서 자료를 이용한 태풍의 강도, 내부구조, 강우강도 정보 생산 등의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상연구소와 ‘첨성대(민간예보사업자)’의 다년간 연구로 네트워크 기반 태풍 분석 및 예보를 위해 개발된 TAPS는 태풍 예보에 사용되며 예보관의 시간 절약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던 것에 비해 예보 결정을 위한 자료 분석에 시간을 투입, 정확한 태풍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태풍 발생과 진로 예측은 가장 어려운 주제 중의 하나이며, 태풍 발생 지역인 웜풀의 기후변화도 강력한 원인의 하나다”고 지적한다. 태양에너지 주기의 변동,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엘니뇨 등에 의해 웜풀은 더욱 뜨거워지고, 이는 태풍을 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보시스템의 선진화가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7.2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