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도 영어시험치는 싱가포르SIngapore
최근 우리나라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영어 몰입 교육English Immersion Program’이다. 홍콩,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일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2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싱가포르의 교육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비용을 내는 영어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준 높은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하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세상이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언어가 ‘영어’라지만 영어의 격차가 아이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에 좌우되는 것 같아 아쉽다. 미국교육평가원(ETS)이 2005년 9월~2006년 12월 실시한 IBT 토플 응시자의 성적을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네덜란드가 120점 만점에 10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가 101점으로 2위, 싱가포르는 100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고 조기 유학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는 72점으로 111위를 기록했다.
1인당 2개의 언어가 필수 싱가포르는 미국과 같은 다민족 국가로, 주로 중국이나 말레이, 인도계 사람이 거주한다. 공식 언어는 영어. 1966년부터 영어를 필수로 하는 1인 2개 국어 정책인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 과정부터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와 더불어 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중 1개의 모국어를 배워야 한다. 싱가포르 현임 총리 리시엔롱은 공식석상에서 말레이*중국어*영어 3개 국어를 사용한 유창한 연설을 했을 만큼, 언어교육은 싱가포르 인재양성 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교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국제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이중 언어 정책은 모든 학생이 영어와 모국어를 배우게 하고, 세계화 시대의 필수 언어인 영어와 자신의 문화유산인 모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영어로 진행하는 세계토론대회와 국제올림피아드 같은 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이런 교육의 결과다.
이중 언어, 어릴 때부터 꾸준한 노력 필요 싱가포르에는 어릴 때부터 2개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이끌려 다른 나라 유학생이 많이 몰려든다. 저렴한 유학 비용과 안전한 환경도 선택의 배경이다. 싱가포르 유학 전문 컨설팅 업체인 CHRIS&KOOPER Edu Services의 대표 Chris Kang 씨는 아이가 만 3세가 되던 해 남편의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 갔다. 그녀는 싱가포르 이중 언어 교육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영어 ‘spelling test’와 중국어 시험을 보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유치원 아이들도 개인 과외를 많이 하는 편이더라고요. 모국어가 아닌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우는 데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워보니 어릴 때부터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자극을 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유아기에는 듣기와 말하기, 초등학교 때는 읽기와 쓰기 유치원에서부터 영어수업이 시작된다 싱가포르 초등교육의 목표는 영어 능력과 모국어, 수학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싱가포르의 아이들은 주 5일 2~4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부터 영어와 제 2국어로 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한다. 이는 초등학교로 이어져, 1~4학년까지 4년간의 기초 교육 단계에서는 영어, 모국어, 수학 등 필수 과목과 음악, 미술 공예, 체육, 사회 과목을 배운다. 어릴 때부터 영어 환경에 놓인 싱가포르 아이들은 영어에 귀가 뚫린 상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언어를 충분히 접했기 때문에 듣기와 말하기가 편안해진 것이다. 듣기와 말하기가 되면 다음 단계는 바로 읽기와 쓰기. 그래서 싱가포르의 영어 수업은 회화 중심의 교육이라기보다 시 낭독, 암송 등 읽기와 쓰기를 강조한다. 이머전 수업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한다. 영어 과목뿐 아니라 수학, 과학 등 다른 교과목들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1주당 수업 시간의 50% 이상을 이머전 수업으로 진행해 아이들이 영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
자아 정체성 확립 위해 민족어 필수 교육 싱가포르에서 공식석상 대화는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지지만, 그 외 일상생활에서는 중국어*말레이어 등 민족어로 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국어 배우기를 권장하는 추세이지만,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사람들은 자신의 민족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민족 언어 또한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교육 경쟁력은 1위인데, 우리나라는 40위다. 싱가포르 교육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이머전 교육이라는 커리큘럼 때문만은 아니다. 모국어를 가르치고,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하는 풍토가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세계 1위의 교육 경쟁력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영어’만 강조하는 풍토가 변한다면 우리나라도 곧 세계 1위 교육 경쟁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싱가포르 교육에서 배운 ‘영어 몰입 교육’노하우>
1 이머전 교육에도 때가 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언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호기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영어 교육만 집중하면 영어 외 다른 교과목에서 단어 이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머전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알파벳과 간단한 영어 단어 정도에만 노출시켜도 충분하다. 2 읽기*쓰기 중심으로 교육한다 언어의 기본은 Reading이라고 한다. 읽고 쓸 수 있어야 말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apple, television 등 단어 하나 외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영어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무조건 외우게 하기보다 책, 비디오, DVD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3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싱가포르에서 모국어를 잊지 않게 가르치는 것은 바로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와 고유의 문화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자신만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하면 세계적 보편성도 확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 말과 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때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4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밴 싱가포르 아이들. 초등학교 때 1년에 네 번의 테스트가 있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 잡혀 있다. 어릴 때부터 해야 할 일은 반드시 먼저 해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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