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이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세포의 활동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낮아지면서 몸속에 있는 장기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온도가 1도 오르면 인체의 기초대사율은 15% 올라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의 장기는 외부 온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현상은 우리 신체의 오장육부가 평소와 똑같이 하는 활동이라도 겨울에는 70~80%밖에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기의 기능이 약화됐을 때 연근이나 우엉, 그리고 당근과 같은 뿌리채소는 몸 속 건강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발표한 미국농무부(USDA)의 보고서에 따르면 뿌리채소는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소가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당근과 고구마에는 체내의 독성과 발암 물질을 무력화시켜 주는 카로틴이나 건강 유지의 필수 성분인 비타민A 등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양소의 보고인 뿌리채소
사람들은 보통 채소라고 하면 녹황색의 잎과 줄기를 떠올리지만, 채소는 어느 부위를 먹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뉘어진다. 깻잎이나 상추처럼 잎을 먹는 ‘잎채소’ 부터 시작하여, 오이나 호박처럼 열매를 먹는 ‘열매채소’와 아스파라거스나 셀러리처럼 줄기를 먹는 ‘줄기채소’ 등이 있다.
▲ 연약한 식물이지만 뿌리는 질기고 단단하다 ⓒfreedigitalphotos |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다리가 사람에게 있다면, 식물에게는 뿌리가 있다. 겉보기에는 연약할 것 만 같은 식물이라도 힘주어 당기면 질기고 단단한 뿌리가 딸려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뿌리로 인해 식물은 쓰러지지 않고 자신을 지탱할 수 있으며, 흙 속에 있는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로 잠시 눈을 돌려 보면 식물의 뿌리는 항상 농부나 가난한 자들의 몫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귀족이나 상류층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열매와 잎을 모두 차지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투박하고 못생긴 뿌리채소 외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뿌리채소는 귀한 대접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뒤늦게 식물의 뿌리가 비타민과 다당류 등 식물에만 있는 특별한 영양 성분들이 가득한 영양소의 저장 창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뿌리채소
뿌리채소는 대부분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고지방 식단에 길든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한 식품이다. 특히,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켜 잃어버린 체내의 균형을 되찾아 주고, 나트륨을 배출시켜 주는 칼륨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혈액을 맑게 해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아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포화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 혈관을 강화해 주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만성 질환자라면 꼭 챙겨 먹어야 할 식품이다.
이 외에도 뿌리채소는 색깔에 따라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주황색 당근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과 더덕이나 인삼과 같은 흰색 뿌리채소에 함유되어 있는 사포닌 등은 각기 독특한 효능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뿌리채소는 자라난 환경 덕분에 추운 저장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식물이 자라기 힘든 겨울에 사람들에게 양질의 비타민을 제공해 주는 유일한 존재였고, 오랫동안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다양한 효능을 가진 만큼 골고루 섭취해야
대표적 뿌리채소인 마와 무에는 전분의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Diastase)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음식의 소화율을 3~4배 높이고 장속의 유익한 균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마에 있는 끈적끈적한 성분인 뮤신(mucin)은 위벽을 보호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어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이 꾸준히 먹으면 효능을 볼 수 있다.
▲ 카로틴이 풍부한 당근 ⓒfreedigitalphotos |
이와 관련하여 대한암예방학회에서 발행한 도서인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에 따르면, 하루에 고구마를 절반 씩만 꾸준히 먹어도 대장암과 폐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보랏빛 채소인 레트 비트(red beet)에는 간을 보호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베타인(Betaine)이라는 효소가 다량 들어 있다. 베타인은 우리 몸속의 독소를 수용성으로 만들어 해독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해 피로가 많이 쌓였거나 과음했을 때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엉 특유의 맛을 내는 이눌린(Inulin)이라는 성분도 간의 독소를 제거하고 신장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고, 당근에 들어 있는 다우카린(Daucarine)은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당근에는 비타민A의 전 단계인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야맹증을 예방하고 시력을 보호해 주며, 면역 세포를 생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역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식사 대용으로 좋은 감자는 칼륨이 풍부해 음식을 짜게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칼륨은 수분 조절을 하고,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해 주기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경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12.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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