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설탕의 섭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당분을 섭취할 경우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췌장에 부하가 걸리게 된다. 이때 췌장이 인슐린을 충분하게 분비하지 않으면 당뇨병이 생기게 되고, 반대로 인슐린을 너무 과하게 분비하면 저혈당이 나타나게 된다.
▲ 미국 농무부에서 제시한 안전 섭취량의 설탕이라도 쥐의 번식력과 경쟁력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morgueFile free photo |
이처럼 췌장은 당분 섭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설탕을 많이 섭취할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선진국에서 주로 많이 발병하고 있는 췌장암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고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을 지닌다.
스웨덴 연구진은 8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사 내용을 추적한 결과, 탄산음료나 당분이 많은 음료를 하루 두 번 이상 섭취하는 그룹의 경우 그 같은 음료를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90%나 높다고 밝혔다. 또한 설탕 함량이 높은 스웨덴식 과일 디저트를 섭취하는 그룹의 경우 그 위험성이 50%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설탕이 고혈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연구진이 정상 혈압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사람들에게 18개월 동안 설탕이 가미된 청량음료의 소비량을 하루에 1캔 정도로 제한한 결과, 수축기 혈압 수치는 1.8, 이완기 혈압수치는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연구를 주도한 리웨이 첸 교수는 “이 정도의 혈압 감소 수치는 개인적으로 미미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일반 모의집단에 적용할 경우 청량음료의 소비량을 줄이면 혈압 개선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심장협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설탕이 가미된 청량음료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일에 함유된 천연당분보다 식품에 인공적으로 가미하는 설탕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남성의 경우 설탕 섭취로 인한 칼로리의 양을 1일 150칼로리, 여성은 100칼로리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한다.
청소년의 폭력적 행동에도 영향 미쳐
설탕이 함유된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는 청소년일수록 폭력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버몬트 대학 연구진은 보스톤 지역의 고등학생 1천900명을 대상으로 청량음료를 마신 양과 그들의 무기 휴대 및 폭력적인 행위 여부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1주일에 14캔 이상의 청량음료를 마신 청소년들은 43%가 무기를 휴대한 반면, 그 이하로 마신 청소년들은 23%만이 무기를 휴대한 것으로 밝혀진 것. 또한 청량음료를 섭취한 양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이성친구 및 또래 친구, 형제자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청량음료에는 설탕 및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어서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카페인과 설탕 자체가 폭력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는 청소년의 경우 신체에 필요한 중요 영양소들이 결핍되고, 인체에서 혈당 수치를 감소시키려는 신진대사 작용으로 인해 폭력적 또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설탕이 충동조절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퍼듀대학 연구진이 자신의 털을 뽑는 쥐에게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억제할 목적으로 설탕과 트립토판 물질이 많이 포함된 먹이를 공급한 결과, 오히려 털을 뽑는 행위가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상처가 날 만큼 피부를 긁어대는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정상적인 쥐에게 설탕과 트립토판이 많이 포함된 먹이를 공급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12주가 경과할 무렵 정상적인 쥐들도 이상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일부 쥐들에서는 알 수 없는 알레르겐 또는 항원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궤양성 피부염이 발생했다.
쥐의 실험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연구진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서 실험 결과처럼 자폐증이나 강박성 충동조절장애 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사지표는 차이 없지만 생존 경쟁에서는 뒤처져
그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표준적으로 취하고 있는 설탕의 안전 섭취량은 건강에 과연 해가 없는 수준일까? 최근 미국 유타대학의 웨인 포츠 박사팀이 이에 관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현재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정도의 설탕이라도 쥐의 번식 능력과 경쟁력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포츠 박사팀은 실험을 위해 생포한 야생쥐 한 쌍을 길러, 그 새끼들에게 총 칼로리의 25%가 당분으로부터 공급되는 먹이를 먹였다. 총칼로리의 25%가 당분으로부터 공급되는 식단은 미국 학술원 및 농무부가 최대 안전량으로 인정한 수준으로서, 많은 미국인들이 실제로 섭취하고 있는 식단이기도 하다.
그 먹이를 공급한 지 26주가 지난 후 연구진은 실험쥐들을 같은 수만큼의 대조군 쥐들(건강식을 먹인 쥐)과 함께 천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의 넓은 장소에 풀어놓았다. 그 결과 실험쥐들과 대조군 쥐들은 먹이와 영토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되었으며, 실험쥐들이 일방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32주 동안 실시된 실험에서 암컷 실험쥐들의 사망률은 암컷 대조군의 약 2배로 나타났으며, 수컷 실험쥐들의 영토 점유율과 번식률은 수컷 대조군의 75%에 불과했던 것.
연구진은 당분 섭취가 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기 위해 체중 및 혈중 인슐린 등 건강과 관련된 7개의 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험쥐와 대조군 쥐들은 7개 지표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당분 섭취가 대사지표 상으로는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자연 상황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냄을 의미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현재의 의학기술로 탐지할 수 없는 특정 대사경로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현재 미국 학술원과 농무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설탕의 안전 섭취량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8.2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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