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간식·먹거리

콩국수의 시작과 끝, 콩 제대로 삶기

추억66 2013. 7. 25. 12:07

[한겨레][esc] 커버스토리 콩국수


전문가 2인이 추천하는 맛있게 만들기 비법


당신이 요리 초보자라면? 더구나 달걀부침도 태워먹을 정도로 소질이 없다면? 그런 당신에게 여름날 보양식으로 콩국수를 해달라고 조르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인터넷에서 레시피 검색에 나설 것이다. 요리법(오른쪽 참조)은 간단하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고 도전했다가는 구수한 콩국수는 어림없다. '친절한 이에스시(esc)'가 가정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콩국수 제조 기술을 정리했다.

된장, 간장을 담그는 우리 민족에게 콩만큼 친근한 식재료는 없다. 고려시대에는 관리들의 녹봉으로도 콩을 줬다고 한다. 콩국수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시의전서>(1800년 말)에 있다. '콩국은 콩을 담가 불리고 삶아서 가는체에 밭치고, 소금을 타서 간을 맞춘다. 여기에 밀국수를 마는데, 웃기(고명)는 깻국과 같이 하여 얹는다'라고 적혀 있다. 학자들은 고려시대에 이미 두부를 만들고, <고려도경>(1123년)에는 국수에 관한 기록이 있어 콩국수의 시작은 훨씬 이전일 거라 내다본다.

음식은 식재료의 질이 8할을 차지한다. 콩국수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콩이다. 흔히 흰콩, 메주콩이라고 부르는 백태로 만든다. 최근 서리태(검은콩의 한 종류. 서리가 온 뒤에 수확)를 선호하는 이도 있다. 유기농 콩 생산 농가 '괴산잡곡'의 대표 경종호씨는 "서리태는 단맛이 많이 나고, 다른 검은콩은 고소한 맛이 강하다"고 한다. 국산콩 자급률은 2011년 기준으로 26%다. 미국 등지에서 주로 수입한다. 식용콩은 논지엠오(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가 원칙이다. 하지만 에이티(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비의도적 혼입'에 관해 3%를 허용하고 있다. 비의도적 혼입이란 곡물 운송, 하역, 경작지 등의 사정으로 의도하지 않게 지엠오콩이 섞이는 상황을 말한다. 유럽은 비의도적 혼입 허용기준이 0.9% 이내, 일본은 5% 이내다.

콩은 역시 국산이 제맛이다. '한국의 맛 연구회'의 이말순 고문은 "수입콩과 비교해보면 토종 우리 콩이 확실히 맛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요리의 시작은 썩은 콩부터 골라내는 것. 그다음은 불리고 삶는 과정이 이어진다. 삶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 삶지 않으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한 청춘처럼 비린내와 메주 냄새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한살림요리학교 채송미 강사는 "완전 초보자의 경우 뚜껑을 아예 열고 콩을 삶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고 한다. 물이 팔팔 끓으면 그때부터 약 10분간 더 삶는다. 채씨는 "끓는 물이 넘칠 때마다 뚜껑을 열면 시간이 더 걸리고 비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냄비를 콩의 양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콩국수는 보기보다 사춘기에 들어선 십대처럼 섬세한 구석이 많다. 삶은 콩을 헹구는 '바로 그 순간'도 절묘하게 잡아야 한다. "불을 끈 다음에는 차가운 곳에 뒀다가 식었다 싶으면 그때 찬물에 헹구세요."

요리에 활용된 물은 절대로 한번에 제 운명을 탕진하지 않는다. 콩 씻은 물은 삶는 물로, 삶은 물은 믹서에 갈 때 활용한다. 물은 생수 등 깨끗한 것을 고른다. 불릴 때 물이 콩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채씨는 면을 반죽할 때 애호박이나 깻잎 등을 즙을 내 넣거나 감자를 삶아 으깨 넣는 게 좋다고 한다. 차가운 성질의 밀가루와 콩만 먹었다가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밀을 추천한다. "예전의 우리밀은 끈기가 적고 거칠었는데 요즘 것은 많이 개선이 됐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이들은 이런 방법도 엄두가 안 난다. '야메' 콩국수 만들기가 있다. 두부를 곱게 갈아서 우유를 섞어 콩국수 물을 만든다. 두유를 섞으면 더 좋다. 볶은 콩가루를 생수에 타서 믹서에 돌리고 우유나 두유를 섞어도 된다. 생콩가루는 안 된다. 떫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도움말 장지현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요리연구가가 알려주는 콩국수 만들기

이말순 선생의 콩국수

재료: 흰콩 1컵, 마른국수 200g, 물 6컵, 소금 2티스푼, 오이 2개, 앵두 1개

만들기: <1> 흰콩을 썩은 것을 골라내고 씻어 하룻밤 불린다. <2> 1에 물 3컵을 붓고 콩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삶는다. <3> 삶은 콩은 찬물에 헹구고 껍질을 벗긴다. 곱게 갈아 콩 삶은 물과 함께 베 주머니에 넣어 주물러 짠다. <4> 3의 짜고 남은 콩건더기에 물 3컵을 붓고 한번 더 주물러 짠다. <5> 3과 4에 콩물을 섞고 살짝 끓여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식힌다. <6> 국수는 삶아 찬물에 2~3번 헹군 뒤 물기를 뺀다. <7> 오이는 씻어 껍질을 벗기고 3㎝로 자른 뒤 채 썰고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둔다. <8> 국수에 콩국물을 붓고 오이와 앵두를 얹는다.

채송미 선생의 잣콩국수

재료: 잣 5~6큰술, 메주콩(백태) 1컵, 깻잎(또는 시금치) 30장, 애호박 1/4개, 밀가루 3컵, 소금, 오이, 토마토(또는 수박)

만들기: <1> 콩은 씻어 생수에 충분히 불린다. <2> 냄비에 1을 넣고 물을 더 부어 끓인다. <3> 2가 끓으면 불을 끄고 3~5분 정도 뜸을 들인다. <4> 3을 찬물에 씻어 껍질을 벗긴다. <5> 믹서에 4와 잣을 넣고, 콩 양 2~3배의 물을 부어 갈다가 기호에 맞게 물을 추가한다. <6> 깻잎과 애호박을 갈아 즙을 낸다. <7> 6의 즙과 약간의 소금을 밀가루에 넣고 반죽한다. <8> 7의 반죽을 가늘고 얇게 국수로 뽑아 끓는 물에 삶는다.<9> 그릇에 8의 국수를 담고 잣 콩물을 부은 뒤 채 썬 오이, 토마토를 얹어낸다. <10> 소금으로 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