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구용회 기자]
"구설수가 많아 슬픈 장관이여 / 언제나 해놓는 일마다 말이 안 되는구나 / 관운(官運)이 계속되는 너는 / 무척 높은 족속인가 보다" (천정배 의원)
유명환 전 장관이 결국 젊은이들 마음에 벌집을 무수하게 쑤셔놓고 낙마를 했다. 본인은 장관을 그만두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젊은이들의 입은 상처는 너무나 깊고 넓다. 젊은이 뿐만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 부모들도 그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유 전 장관이 왜 젊은이들을 분노케 했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보자.
▶유 전 장관의 부도덕한 행위가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준 충격과 분노는 상상이상인 것 같은데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기회 박탈'이라는 상실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장관인 사람이 딸에게 자기가 일하는 중앙정부 부처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젊은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처지를 돌아보지 않겠나? '내 개인의 노력만으로 안되겠구나'하는 '절망감' '무력감' 같은 것을 많은 젊은이들이 느꼈을 것이다.
솔직히 시험쳐서 성적순으로 뽑는다고 하면 할 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면접이나 특별전형을 동원해 '아버지 스펙'을 보고 뽑으니까, 고시 준비생으로, 취업 준비생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이 젊은이들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부모들도 '억장이 무너질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지 않나?
=외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 모(23,여) 씨는 "유명환 장관 딸 뉴스 듣고 부모님이 미안해 하시더라, 부모님이 말씀하기길 "부모님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딸이 하고 싶은 외교관도 못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 하셔서 '괜한 걱정 하지 마시라'고 하긴 했는데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땅에 사는 부모들의 마음이 다 이런 마음이 아닐까?
▶아버지까지 '스펙'이 좋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기막힐 일인 것 같다?
=대한 민국의 부모들은 세계 최고의 자녀 교육열을 가진 부모들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그런 교육열 아닌가? 왜 그럴까?, 그것은 신분상승할 수 있는 길이 '교육'이 유일하기때문일 것이다.
6.25전쟁때도 천막에서 공부했고 전남 강진 앞바다로 귀향갔던 정약용 선생은 말년에 자식들에게 '절대로 한양 4대문 밖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사대문 안에서 이른바, '사대부 리그'에서 떨어져 나가지 말라는 뜻일게다. 조선시대도 그랬는데도 오늘날까지 유산이 크다.
▶일국의 장관이라면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줘야지 이렇게 연거푸 실망스런 처신을 한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지도자이거나 장관이라면 자신의 신상문제나 자식문제에 있어서는 균형감을 상실해서는 안된다. 지난 7월 24일 유 전 장관은 "젊은애들이 전쟁과 평화냐해서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고 해서 다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신상문제에서 균형을 잃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딸 문제로 또다시 터무니 없게도 균형감을 상실했다.
▶유 전장관의 부도덕한 행위는 장관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고시 개편과 결부돼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난달 정부가 앞으로 행정고시를 포기하고 면접과 전문분야 경력 등으로 뽑는다고 할때 '현대판 음서제도'다 해서 정두언 의원(한나라당)이 본방송(8월 19일)에 출연해서 이 부분에 대한 이미 우려를 표시했다.
다시 한 번 짚어보자. "실제로 우리가 외교부 같은경우도 오래전부터 이런 제도를 지금 도입해서 실시하고 있거든요. 전문직을 채용한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취지는 좋았는데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거의 다 외교관 자녀들이나 해외근무 했던 상사 자녀들이 다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거죠."
정 의원이 당시에는 유 전장관 부분을 모르고 얘기했겠지만, 지금 살펴보면 족집게처럼 들어맞는 얘기다. 이런 일이 희소하게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염려스러운 거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런 문제는 해결해나가고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않겠나?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다" 당나라때부터 전해오는 말이다.국민들을 성나게 하면 권세는 성난 바다의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인간의 역사는 온갖 모순과 갈등속에서도 느린 듯하지만 꾸준히 진보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요즘 '공정이다, 정의다'라면서 날마다 떠들지만, 이런 일이 단박에 해결되지는 않을거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너무 압도되지 말고 젊은이들은 공부하고 우리가 해야 될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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