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0년 한반도 남녘 전체가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면 사계절은 무의미해진다. 눈과 얼음, 추위가 우리 문화에서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었던 삶의 현장도 사라진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가 모래사장이 매년 1m씩 사라지면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이야기가 남의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비경들과 이별해야 하는 ‘슬픈 아열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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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순천 갯벌을 가르자 청명한 가을볕이 갯벌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다. 바닷가 사람들이 황금은행이라고도 부르는 갯벌. 그러나 2100년이면 해수면은 약 1m가 상승하고 서울 면적의 1.6배에 해당하는 국토가 침수될 전망이다. | 경향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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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해발 1200m 고랭지 채소밭 ‘육백마지기’. 출하를 앞둔 배추밭 뒤편으로 구름이 낮게 걸려 있다.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는 고랭지 배추밭 풍경이 꽃밭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나 온난화는 이 절경을 산꼭대기로 밀어내고 있다. |정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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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방산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다 속으로 용이 들어가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용머리 해안. 최근 들어 하루 두 차례 만조 때마다 4시간씩 바닷물에 잠겨 해수면 상승의 첫 피해 사례로 꼽힌다. 1987년 산책로를 조성할 당시에는 거의 없던 일. 산책로 침수와 함께 직접 채취한 해삼과 멍게 등을 관광객에게 파는 해녀들의 삶터도 사라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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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소나무숲 오솔길의 고즈넉함과도 이별이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 빛을 발하던 소나무도 최근 온난화 앞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다. 2090년대에는 남한지역에서는 강원 산간이 유일하고, 북한지역에서도 북쪽에 한해서만 소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애국가 가사 중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삭제될지도 모를 일이다. | 경향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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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주도 한라산의 눈꽃축제는 막을 내렸고, 강원도 역시 인공설의 도움 없이는 눈꽃축제가 불가능한 처지다. 2070년이라도 잔설이 연출하는 설국(雪國)이야 남아있겠지만 ‘축제’라는 이름으로 눈을 만끽하기는 어려울 듯. 매서운 바람에 날리던 눈발이 강원 태백산 주목나무 위에서 꽃으로 피어났다. |노재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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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계 나비들이 자리를 비우자 아열대 나비종이 급격히 늘었다. 봄처녀나비, 두줄나비, 봄어리표범나비, 멧노랑나비 등은 과거에는 서울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강원 산간오지에서만 어렵게 만나볼 수 있다. 산굴뚝나비와 상제나비는 환경부 멸종위기 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북방계 나비인 도시처녀나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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