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급식 세대들에겐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반찬 두세 가지와 눌러 담은 밥을 도시락 가방에 싸 갖고 다니던 사람들에게 연근은 특히 친숙한 재료다. 달달하고 끈적하게 졸인 연근 조림은 아삭아삭하고 윤기가 흘러 도시락 반찬의 단골 메뉴였는데, 가격도 저렴해 일주일에 몇 번이나 도시락 반찬통을 채우곤 했다. 연꽃의 뿌리인 연근(蓮根)은 작은 무와 같은 모양에 큰 구멍이 뽕뽕 뚫려 있고, 약간 달고 떫은 맛이 난다. 식탁 위의 단골 반찬 재료로 오랫동안 애용되어 온 연근은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라, 겨울철 식탁에서 특히 자주 만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연근 사랑은 유명한데, 경축할 만한 날이면 꼭 연근을 이용한 요리를 해 먹을 만큼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재료 중 하나다. 연근은 예로부터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기력을 회복시키고 기침을 잠재우는 등 다방면에 효과적인 약재로도 사용되었다. 아이가 코피를 많이 흘릴 때면 연근을 갈아 먹였고, 연근즙과 생강즙에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시면 기침과 가래에 효과를 보았다. 또한,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은 연근을 푹 삶아 익힌 뒤, 얇게 썰어 꿀과 함께 자주 먹었다. 연근에 풍부하게 함유된 녹말은 체내에 서서히 흡수되어 오랫동안 든든함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특히 환영을 받았다. 또한 연근은 뿌리채소 중에서도 비타민C 함유량이 높으며, 무기질과 식이섬유, 탄닌, 단백질 등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연근에 다량 함유된 철분과 탄닌은 점막 조직의 염증을 가라앉혀 주기 때문에 출혈을 억제하는데, 특히 코피를 자주 흘리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주로 생즙으로 사용하거나 잘 말린 것을 볶아 다른 한약재와 섞어 쓴다. 연근의 식물성 섬유는 장내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주고,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작용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니코틴(담배의 독)을 제거해 주는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에 금연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칼에 베어 피가 날 때 연근즙을 솜에 적셔 막으면 지혈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근은 간장을 넣고 간단한 조림을 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재료와 함께 어울려 훌륭한 요리가 된다. 연근과 들깨, 쇠고기 등을 함께 끓이면 훌륭한 보양식이 되고, 연근과 콩나물을 섞어 끓이면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해장국이 된다. 얇게 썰어 굽거나 고기와 함께 부치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밥 반찬이 되고, 기력이 없을 때 죽으로 끓여 먹어도 좋다. 하지만 연근은 평소 몸에 열이 많거나 설사증이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좋은 연근은 길이가 길고, 너무 굵지 않아야 하며, 적당히 흙이 묻어 있는 것이 싱싱하다. 연근 껍질은 얇으면서도 흠집이 많이 나 있지 않아야 하고, 잘라 보았을 때 구멍의 크기가 일정하고 구멍에 검은 액체가 없는 것이라야 한다. 또한, 식품 매장에서 깨끗하게 손질해 놓고 파는 것보다는 흙이 묻어 있는 것을 사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겨 파는 연근의 경우, 색이 변하지 않도록 표백제 등으로 약품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은 연근을 보관할 때에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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