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영화속 와인 이야기

추억66 2009. 1. 6. 14:56

와인, 사랑을 위한 이유 있는 선택 

 

 

사랑과 와인은 닮은꼴이다.

영화속 와인 이야기 

 

정성 들여 포도나무를 가꾸고, 오랜 기간 숙성시키고, 빈티지를 개봉하는 느낌은 첫 경험처럼 설렌다. 그 맛을 잊지 못해 평생의 반려가 되고 때로는 중독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러브 스토리에 와인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편집_justinKIM

 





 처음 만난 여성을 위한 샤토 라투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발견하면 남성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그야말로 전력투구한다. 밸 킬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세인트>의 한 장면도 그렇다. 밸 킬머는 천재 과학자가 풀어낸 저온 핵융합 기술 공식을 비밀리에 팔아넘기기 위해 여성 과학자에게 접근한다.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레스토랑에서 주인공이 소믈리에에게 청하는 와인은 샤토 라투르 Chateau Latour 1957년산. 주문을 받고 어안이 벙벙해진 소믈리에는 400파운드가 넘는 고가의 와인이라고 대꾸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천연덕스럽게 “그러면 두 병 주세요”라고 말한다. 귀찮다는 듯 날린 몇 마디에 소믈리에는 황급히 사라지고, 밸 킬머는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끊임없이 여성을 공략한다.

 


프랑스어로 ‘탑’을 의미하는 라투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샤토 라투르의 라벨에는 탑 그림이 새겨져 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 포이약 Pauillac이 원산지인 라투르는 강한 뒷맛과 풍부한 향을 가진 가장 남성적인 와인이라고 할 만한데, 그것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껍질과 씨에서 추출된 타닌 성분 때문이다. 한 모금 입에 물면 입천장 전체가 이 강한 향에 코팅되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침샘이 봉합되어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느낌이 순식간에 연출된다. 이 순간 구강이 얼얼하게 굳어버리기 때문에 텁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술은 이내 풀린다. 끊임없이 퍼지는 신선한 과일 향이 타닌에 의해 굳어버린 입천장 전체를 감싸기 때문. 드디어 균형 잡힌 맛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라투르는 오랜 기간 동안 비교적 고른 수준의 와인 생산에 성공하고 있는데, 경매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 가운데 하나다. 단골 빈티지로는 1961, 1982년산이 있다. 각각 한 병당 대략 2500달러, 800달러에 낙찰된다.

 

 



최고의 결혼 선물, 벨라비스타

2004년 개봉한 영화 <투스카니 태양>에서 다이안 레인의 연기는 참 리얼했다. 주인공은 이혼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친구의 권유대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얼떨결에 장만한 시골의 저택을 보수하는 가운데 다이안은 서서히 토스카나 환경에 적응해 가며 자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던 중 근방을 떠돌던 폴란드 출신 젊은이의 혼주 婚主가 되어 훈훈한 인정을 과시하는데, 이때 준비한 와인이 벨라비스타Bellavista다.
프랑스에 샹파뉴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프란치아코르타 Franciacorta라는 곳이 있다.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에 속하는 이 마을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샴페인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인 메소드 샹파누아 methode champenois 스타일로 양조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방식을 가리켜 스푸만테 spumante라고 하며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DOCG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 지역 생산자들은 스푸만테라는 이름을 거부한다. 그냥 프란치아코르타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그 정도로 프란치아코르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마치 샹파뉴 지방의 와인이 ‘샴페인’이라 불리는 것과 같다.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현재 프란치아코르타 출신의 스푸만테 라벨에는 프란치아코르타라는 마을 이름만 표시되고 있다. 벨라비스타는 흰 거품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며 맑고 밝은 연노랑빛을 띠는 대표적인 프란치아코르타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 모에 샹동 앰페리알 브뤼

카사노바도 즐겼다는 샴페인과 캐비아(철갑상어 알)는 와인과 요리의 환상적 궁합을 보여준다. 캐비아는 페르시아의 시 속에 최음제로 등장할 정도로 성욕과 성 기능을 강화한다. 실제로 철갑상어의 척추 안에는 ‘베시가’라는 골수가 있어, 이 성분이 최음제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가루로 만든 베시가를 결혼하는 신부에게 먹이는 관습이 있었으며, 러시아 왕실에서는 필수 비타민 섭취에 그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매일 한 술씩 떠먹게 했다고 한다. 뜨거운 사랑을 고백할 때 모에 샹동 앵페리알 브뤼 Moet Chandon Imperial Brut에 캐비아를 곁들여 보자. 알의 비린 맛과 기름으로 꽉 찬 입 안을 말끔하게 걷어내는 샴페인으로는 당도가 높지 않은 브뤼 스타일이 좋다. 개운해진 입천장과 혀는 다시금 캐비아를 부르고, 그 캐비아의 비릿함을 다시 샴페인이 씻어내기를 반복하면서 연인들의 대화와 사랑은 무르익는다. 이름처럼 샴페인의 황제격인 이 샴페인에 붙은 앵페리알(황제)은 나폴레옹을 가리키는 말로, 황제를 친구로 둔 모에 샹동의 사장이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모에 샹동 사장은 황제가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웅장한 별채를 지었는데, 이 건물은 오늘날 샹파뉴 지역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로 손꼽힌다.

 

 



 

기적 같은 사랑을 꿈꾸는 돔 페리뇽 로제

연애 시기를 놓친 이를 위해 돔 페리뇽 로제 Dom Perignon Rose 를 추천한다. 마침내 사랑을 찾았을 때 이 샴페인을 들어라. 검은 포도 피노 누아Pinot Noir와 우아한 청포도 샤르도네 Chardonnay를 혼합하여 색을 낸 돔 페리뇽. 이 이름은 17세기의 수사, 페리뇽에서 비롯되었다. 시력이 아주 나빠 나중에 거의 장님이 된 페리뇽은 루이 14세가 태어난 해인 1638년에 태어났다. 시력이 떨어지는 대신 출중한 미각을 가진 그가 수도원에서 맡은 보직은 와인 혼합 책임자. 그는 이른 봄에 터져버린 병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품을 발견하고 2차 발효의 이치를 깨달은 선각자다. 샹파뉴 지역에서는 매년 좋은 포도를 수확하기가 힘들어 어쩌다 훌륭한 빈티지를 얻게 되는 해에만 돔 페리뇽을 생산한다. 돔 페리뇽 로제는 더욱 귀하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로제는 1993년산이다. 자신의 핸디캡인 실명을 극복하고 최고의 미각을 발휘하여 참맛과 향을 빚어낸 돔 페리뇽이니만큼,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온 황혼의 부부나 시련을 이기고 사랑을 얻어낸 연인을 위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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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르도 지방 포이약에서 생산되는 샤토 라투르는 경매 시장에서 단골로 선보이는 고급 와인이다. 강한 뒷맛과 풍부한 향을 가진 남성적인 와인 가운데 하나다.
2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벨라비스타. 샴페인 주조 방식으로 만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3 샴페인은 캐비아와 찰떡궁합이다. 특히 최음제 역할을 한다는 캐비아와 캐비아의 비린 맛을 싹 가시게 해주는 샴페인은 남녀 사이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해준다. 사진은 모에 샹동 앵페리알 브뤼.
4 17세기 눈먼 수사 페리뇽이 2차 발효의 원리를 깨달은 후 만든 돔 페리뇽. 그 가운데서도 로제는 특히 귀한 와인이다.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귀중한 와인인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로맨스 그레이를 위해 딱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