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단계별 와인 초이스법

추억66 2009. 1. 6. 15:08



 

와인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할인 마트에서 1만 원 미만의 저가 와인들을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세계 시장에서는 몇 억 원을 넘는 고가의 와인들이 경매를 통해 판매되며 고가 와인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저 포도로 만든 술일 뿐인데 기준에 따라 어떤 와인은 값싸게 팔리기도 하고 어떤 와인은 비싼 가격으로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천차만별인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최상품의 포도와 사람의 손길을 많이 거칠수록 와인 가격은 비싸지고 유명 생산지에서 유명 생산자가 만든 와인에 화려한 수상경력까지 더해지면 와인의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처음 와인을 접할 때부터 너무 드라이하고 무거운 질감의 와인을 선택하는 경우 와인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의 와인을 먼저 즐긴 다음 점차 무거운 질감으로 발전시키면서 와인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와인 초보자를 위한 포도 품종으로는 비교적 가벼운 질감을 지니며 우리에게는 보졸레 누보로 잘 알려진 가메 또는 풍부한 과일향과 달콤함으로 친숙한 모스카토 품종이 대표적이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는 로제 와인 또한 레드 와인의 타닌을 싫어하는 초보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제 와인, 블랙타워 핑크_‘Easy Drinking Anytime’이라는 슬로건으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컨셉트를 지향하는 독일 와인 ‘블랙타워’ 시리즈의 로제 와인. 독일 및 전 세계에서 인기가 높으며 국내에 판매되는 독일 와인 중에서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와인이다. 라스베리와 딸기향을 지닌 포르투기저 품종과 도른펠더의 복합적인 맛이 조화를 이루어 가벼운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로 인기가 높다. 진한 핑크색이 매력적이며 나른한 오후에 얼음과 함께 핑크 아이스로 즐기기도 좋아 초보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타닌과 산도의 적절한 밸런스, 라 크레마 피노누아_가벼운 질감의 와인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이제 중간 정도의 질감을 지닌 와인을 선택해보자. 우아하면서 복합적인 맛이 매력적인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은 타닌이 적고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가 균형을 이뤄 초보 입문자의 단계를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즐기기에 좋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 달리 미국이나 호주 같은 신대륙에서 생산된 피노누아는 부르고뉴에 비해 가벼워 초보자들이 다가가기 어렵지 않다. 라 크레마 피노누아는 1979년부터 소노마 코스트의 러시안 리버 밸리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부르고뉴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체리, 코코아와 같은 짙은 향과 풍부한 스파이시함, 풍부한 석류향이 조화를 이룬다. 단단한 구조감의 타닌과 산도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입 안에 오랫동안 남아 캘리포니아 피노누아 와인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요리를 사랑하는 미식가들의 경우 품종이나 질감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국가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 요리와 와인의 ‘마리아주’를 경험하는 재미를 즐긴다. 낙지볶음 같은 매콤한 한식이나 양념이 풍부한 태국 음식을 사랑하는 미식가라면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다. 게부르츠트라미너 품종의 경우 알싸한 맛 때문에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어 함께 매칭해 볼 만하다.

7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 아라베스큐_미식가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으로 일반 화이트 와인과는 달리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블랑, 뮈스카, 피노누아 등 총 7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여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와인이다. 은은한 황금빛을 띠며 각각의 포도품종의 개성을 나타내는 달콤하고 쌉쌀한 향과 적절한 산도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 달지 않으면서 향이 깊어 양념이 많이 들어간 다양한 맛의 음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된다.

버섯 요리와 환상의 궁합, 루이 라뚜르 알록스 꼬르통_가을 별미인 버섯 요리를 제대로 맛보고 싶은 미식가들은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를 함께 곁들이면 좋다. 향긋한 버섯과 섬세하면서 우아한 피노누아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어 가을에 맛볼 수 있는 마리아주가 될 수 있다. 포도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녀 황금언덕이라 불리는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인 루이 라뚜르 알록스 꼬르통. 포도원들이 남쪽 또는 남동쪽을 향한 언덕 쪽에 위치하여 햇빛을 충분히 받아 품질이 뛰어나고 풍부한 맛을 지녔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향긋한 제비꽃 향이 배어 있어 건강에 좋은 버섯요리와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이다.

 
 
  와인 전문가들의 경우 다양한 국가와 품종의 와인을 많이 경험한 이들이기 때문에 희귀한 와인들이나 더욱 세분화된 지역의 와인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한 종류의 와인을 다양한 빈티지로 준비하여 각 빈티지별 특성을 찾아내는 버티칼 테이스팅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국가별 와인의 특장점을 충분히 이해하며 즐기는 와인 전문가들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와인을 선택하여 새로운 와인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깊고 풍부한 맛의 최고급 와인, 샤또 라 루비에르 레드_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샤또 라 루비에르’는 앙드레 뤼통이 메독 아래에 넓게 분포한 그라브 지역 북부에 위치한 페삭-레오냥의 특색 있는 토양과 기후를 표현한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샤또 라 루비에르 레드는 보르도 와인의 강함과 부르고뉴 와인의 우아함을 모두 지닌 페삭-레오냥 와인으로 풍부하고 깊은 맛과 그라브 지역의 섬세함을 지녔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프띠 베르도가 함께 블렌딩되어 각각의 특색을 맛볼 수 있으며 진한 과일향과 타닌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하여 와인 전문가들이 즐기는 최고급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색다른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파소피시아로_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태리 시칠리아 섬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파소피시아로’는 이태리 컬트 와인의 대가인 안드레아 프랑게티가 시칠리아 섬으로 건너가 해발 1,000미터의 화산 지대인 에트나 지역에서 자라는 토착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만든 레드 와인이다. 소수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시칠리아의 피노누아로 불릴 만큼 섬세한 우아함을 지녔으며 처음에는 강한 여운을 남기다가 점차 깊고 우아한 맛으로 변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화산재의 영양분과 함께 미네랄의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으며 수확을 마친 후 대지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토양의 향기를 지녀 색다른 와인을 맛보고 싶은 와인 전문가들을 위한 와인으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