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아리도 살지 않는 산 아래 앉아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봅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녹을 때까지
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 봅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박정만 시인의 시<산 아래 앉아>
메아리도 살지 않는
산 아래,
어느 고요한 동네에 앉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나가는 바람소리,
하루에도 몇 번이나 멈추는 구름의 발걸음,
가슴 속 깊이 문신처럼 새겨져
끄집어낼 수도 없는
지워버릴 수도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봅니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언덕배기에
빈 터에 쑥 돋듯" 합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다 녹아
물 속으로 잠잠히 가라앉을 때까지
입속말로...입속말로 불러 봅니다.
그대 이름마저 물소리에 다 녹아
이 세상 어디에나
그대 흔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물소리 출렁출렁
내 안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내 속의 물소리,
그리운 이름이 되어 나를 온통 물들입니다.
그리움 아래 앉아
나를 통과하는 이름을 듣습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빛나는 이름이여,
그대 마음 닿는 곳마다
그윽한 침묵입니다.
영롱한 별빛입니다.
푸른 창문입니다.
넘치는 그리움입니다.
아, 무엇보다 사랑입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교감, 4월! (0) | 2006.04.04 |
---|---|
마음의 문 (0) | 2006.03.22 |
오, 그리운 이여! (0) | 2006.03.18 |
소리 하나가 (0) | 2006.03.09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다는 것 (0) | 2006.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