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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아래 앉아서...

추억66 2006. 3. 19. 11:11



    메아리도 살지 않는 산 아래 앉아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봅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녹을 때까지
    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 봅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박정만 시인의 시<산 아래 앉아>

    메아리도 살지 않는
    산 아래,
    어느 고요한 동네에 앉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나가는 바람소리,
    하루에도 몇 번이나 멈추는 구름의 발걸음,

    가슴 속 깊이 문신처럼 새겨져
    끄집어낼 수도 없는
    지워버릴 수도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봅니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언덕배기에
    빈 터에 쑥 돋듯" 합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다 녹아
    물 속으로 잠잠히 가라앉을 때까지
    입속말로...입속말로 불러 봅니다.
    그대 이름마저 물소리에 다 녹아
    이 세상 어디에나
    그대 흔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물소리 출렁출렁
    내 안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내 속의 물소리,
    그리운 이름이 되어 나를 온통 물들입니다.

    그리움 아래 앉아
    나를 통과하는 이름을 듣습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빛나는 이름이여,

    그대 마음 닿는 곳마다
    그윽한 침묵입니다.
    영롱한 별빛입니다.
    푸른 창문입니다.
    넘치는 그리움입니다.

    아, 무엇보다 사랑입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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