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니 배가 더 고프다. 떡볶이, 피자, 치킨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점심시간 땡 하자마자 잽싸게 뛰어나가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그런데 이상하다. 배불리 먹었는데 이내 또 먹고 싶은 게 생각난다. 나 진짜 배고픈 거 맞아?
어제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리스트를 적어보자. 그중 진짜 배가 고파서 먹은 음식은 얼마나 되는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먹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왜 우리는 배가 불러도 뭔가를 먹는 걸까. 해답은 우리의 감정에 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것은 위나 장이 아닌 뇌다. 뇌의 포만 중추는 감정의 영향을 받아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는 만족감을 느끼고 분노나 외로움, 슬픔, 강박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식욕이 돋는다. 이렇듯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배고픔이 바로 '감정적 허기'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 배가 고픈 것인지, 감정적 허기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속이 쓰리는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배가 불렀을 때 식사를 멈출 수 있다면 진짜 허기이고, 떡볶이나 치킨처럼 특정 음식이 당기고 배가 불러도 숟가락을 놓지 못한다면 감정적 허기다.
나는 어떤 유형의 감정적 허기일까?
case 1 일 중독형
특징 :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 야근 전에 음식을 잔뜩 먹고 퇴근 후에도 냉장고를 뒤져 배가 부를 때까지 무언가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든든하게 먹어야 힘내서 일할 수 있다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이들에게 먹는 것은 인생의 낙이요, 음식은 곧 휴식이다. 음식이 온종일 긴장했던 몸을 이완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처방 : 음식이 주는 달콤한 위로를 대신할 수 있는 처방은 바로 '휴식'이다. 육체가 피곤하면 우리의 뇌도 그만큼 피로감을 느껴 무기력증, 졸림,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이럴 때는 음식으로 피로를 푸는 대신 휴식을 취해 재충전의 기회를 만든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과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친구를 만나도 좋고, 마사지를 받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case 2 다이어트 강박형
특징 : 식욕을 과도하게 억제한 식단은 영양 부족뿐 아니라 음식을 향한 심리적인 허기까지 불러온다. 스프링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면 본래 모습보다 더 튀어오르듯 오히려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된다. 이성은 본능을 이길 수 없다. 먹고 싶은 충동은 결국 이길 수 없기에 무리한 다이어트는 지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처방 : 다이어트 강박형에게 음식은 '통제'를 의미한다. 내가 나를 완벽하게 조절한다는 완벽한 자기 조절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나 다이어트 기간에 끊어야 하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이 아니라 아무 음식이나 습관적으로 입에 넣는 불필요한 섭취다. 완벽한 식단, 체중계의 숫자에 집착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체를 사랑하고, 행복감을 느끼거나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먹기를 권한다. 자신만의 '위로 푸드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ase 3 자기 파괴형
특징 : 폭식증이나 비만 환자 중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이들은 절대 자기 모습에 만족할 줄 모른다. 내면에 '나는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 날씬해져야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체중이 줄어도 내면에는 변화가 없다. 주변에서 날씬하다고 말해도 인정하지 않는다. 배가 터지도록 먹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벌하는 등 자기비하 행동을 계속한다.
처방 : 자기애와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나는 이래야만 한다'는 굴레를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준다. 우선 하루에 한 가지씩 오늘 한 일 중에서 자신을 칭찬할 만한 일을 찾는다. 채찍 대신 당근을 주듯 칭찬받을 만한 일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선물을 하는 것도 좋겠다. 스스로를 칭찬하며 자신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을 수 있다.
case 4 분풀이형
특징 : 자신보다는 남의 요구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면 결국 화살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음식 중독, 즉 폭식이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기 위해 위가 찢어지는 아픔을 느낄 때까지 음식을 먹는다.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순간 폭식을 시작하며, 몇 인분의 음식을 먹어치운 후에야 심리적인 압박감을 해소한다. 이들에게 음식은 즐거움이 아닌 화풀이 용도다.
처방 :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 말로 표현하지 못해 화가 나는 것이고, 그것을 음식으로 풀고 있음을 기억한다. 여기서 핵심은 완벽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약한 모습, 부끄러운 감정일지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들에게 기대본다.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는 길이다.
case 5 외톨이형
특징 : 기러기 아빠나 자취생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종종 무서울 정도로 폭식을 한다. 음식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롭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사람들은 음식을 친구로 여기고 배불리 먹음으로써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는다.
처방 : 음식 말고 진짜 친구를 찾는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수업에 등록하고, 동호회에 가입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다. 첫술에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기는 어려울지라도, 취미 자체가 친구가 되어 외로움과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진행_김지덕 기자 | 사진_이봉철 | 참고 도서_ < 식욕 버리기 연습 > (마리아 산체스/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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