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알아둬야할 약-음식의 상관관계

추억66 2012. 10. 29. 23:21

감기약+커피 카페인 과잉… 현기증 유발, 해열진통제+술 간 손상 위험… 공복 복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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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경태 씨(37)는 최근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코가 막히고 기침을 자주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복용했다. 그런데 가슴 두근거림이 더 심해지고 밤에는 잠이 안 왔다.

이유는 커피에 있었다. 이 씨는 하루에 커피 대여섯 잔을 마시는 '커피 마니아'. 약을 복용하면서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 커피 홍차 녹차의 카페인 성분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킨다. 그러다 보니 카페인이 들어간 감기약의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해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약과 음식은 밀접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음식에 들어있는 성분들은 특정 약의 흡수와 대사에 영향을 끼친다.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하고 약효를 지나치게 상승시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세심한 음식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도움말로 약을 복용할 때 피해야 할 음식이나 식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 감기약과 카페인은 궁합 안 맞아

이 씨와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감기약과 커피 홍차 녹차를 같이 먹으면 카페인 과잉이 된다. 가슴두근거림 불면증 현기증이 생길 수 있다.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따라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커피를 마시면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이나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좋다.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는 통증을 완화하고 열을 내릴 때 쓰는 약이다. 간 손상이나 위장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이 위험이 더 커진다. 음식물과 함께 약을 먹어도 흡수가 지연된다.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한다.

천식, 만성 기관지염일 때 사용하는 기관지확장제(성분명 테오필린)는 폐로 이어진 공기통로를 열어 숨가쁨 호흡곤란을 진정시켜 준다. 고지방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는 증가한다. 그러나 탄수화물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약효를 떨어뜨린다. 기관지 확장제와 카페인이 만나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구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 치료제 복용하면 자몽주스 피해야

우울증 치료제(모클로베미드 등)와 청어 치즈 소간 등 티라민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항불안제(디아제팜 등)는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와 독성이 모두 증가한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예상치 못한 흥분을 일으킨다.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반감된다. 이 약을 복용한 뒤 운전이나 기계조작처럼 섬세한 작업은 삼가야 한다.

항생제(퀴놀론계)는 우유를 비롯한 낙농제품, 철 함유 비타민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약 성분이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돼 약효가 떨어진다. 이런 음식을 먹었다면 2시간 후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카페인의 배설을 억제한다. 커피 콜라 홍차 등 카페인 함유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릴 수 있다.

뼈엉성증(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보충제를 먹을 때는 적당량의 단백질과 비타민D를 함께 먹는 게 좋다. 이 경우 칼슘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반면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신장에서 칼슘 배설을 촉진한다. 탄산음료에는 인이 많아 뼈에 들어있는 칼슘을 빼내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지방이 많은 음식도 칼슘의 흡수를 막고 배설을 증가시킨다. 술은 칼슘 배설을 촉진해 골다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 변비약은 우유와 함께 마시면 안돼

고혈압 치료제(아테놀올 등)는 심장과 혈관에 대한 신경 자극을 줄임으로써 심장박동수와 심장 부담을 덜어준다. 고기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증가해 어지러울 수 있으며 저혈압 상태가 되기도 한다. 공복일 때 복용해야 한다.

술은 혈압을 다시 올릴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고지혈증 치료제(심바스타틴 등)도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약의 혈중농도가 증가하므로 피해야 한다. 약을 복용한 뒤 2시간 이상 지나 자몽주스를 마셔야 한다.

변비 치료제는 위장에서 녹지 않고 대장에서 약효를 나타내야 한다. 그래서 코팅된 경우가 많다.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약알칼리성인 우유는 위산을 중화시켜 약의 보호막을 손상시킨다. 약물이 대장으로 가기 전 위장에서 녹는다. 약효가 떨어지거나 위를 자극해 복통 위경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제품을 먹었다면 1시간 정도 지난 뒤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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