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 켜놓은 조명… 당신의 몸을 살찌운다
잠들기 전 책을 읽다가, 혹은 너무 어두운게 싫어 작은 조명등을 켜놓고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조명등이 비만과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서커디언(circadian) 리듬'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생체리듬의 붕괴 때문이라고 영국 애버든대학 와이즈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밝혔다.
서커디언 리듬은 독일의 생물학자 핼버그가 '대강'의 뜻을 지닌 라틴어 시르카(circa)와 '1일'이라는 뜻의 디에스(dies)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이 리듬은 몸 속의 시계 유전자를 통해, 생체리듬이 수면 시간을 포함해 22~25시간 단위로 반복되도록 만든다.
서커디언 리듬은 일출·일몰에 맞춰 작동하는데, 잠을 자야 할 밤에 조명을 켜면 서커디언 리듬이 깨져 수면시간에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잘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고, 단백질·지방 분해가 잘 안돼 살이 찐다는 게 와이즈 교수팀의 주장이다.
↑ [조선일보]아침에 일어나 밝은 햇살을 맞는 것은 서커디언 리듬 유지에 도움을 준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서커디언 리듬이 깨지면 24시간을 기준으로 양이 조절되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도 불규칙하게 되며, 코르티솔의 영향을 받는 렙틴(식욕억제 호르몬)의 작용 시스템도 엉망이 된다.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렙틴이 서커디언 리듬의 붕괴에 따라 제 기능을 못하면 결국 살이 찐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코르티솔과 렙틴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조절되지 않고 혈압과 혈당도 올라가기 때문에 당뇨병, 암 등 다른 질병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이유로, 근무시간이 낮밤으로 계속 바뀌는 교대 근무자의 비만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와이즈 교수는 "낮과 밤, 수면주기가 깨지는 생활을 장기간 계속하면 나이·체질량 지수·음주·흡연 등에 관계 없이 비만과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커디언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새벽 1시 이후에는 불을 모두 끄고 잠을 자야 한다. 조명이 필요하다면 백열등을 사용해 달빛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한진규 원장은 "아침에 일어날 때는 10분 정도 햇빛을 직접 쪼여 뇌 시계가 자연스럽게 몸을 깨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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