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의 주범 '변형 프리온'… 넌 누구냐
정상 프리온의 스프링구조 펴지며 생성, 기하급수적 증식
감염 경로는 음식·수혈… "사슴은 공기 감염 가능" 주장도
뇌신경세포에 모여 뇌조직 파괴… 아직까지 치료제 없어
감염 경로는 음식·수혈… "사슴은 공기 감염 가능" 주장도
뇌신경세포에 모여 뇌조직 파괴… 아직까지 치료제 없어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인간 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vCJD는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질병.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걸린다고 알려졌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치매, 언어장애를 겪다가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한다. 그러나 잠복기가 최대 수십 년이라 사는 동안 발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광우병과 vCJD 모두 발병원인은 같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그 장본인이다.
몸에 이로운 프리온 단백질
사실 프리온 단백질 모두가 해로운 건 아니다. 정상 프리온은 오히려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세포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단백질은 세포가 산화되는 것을 막고, 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돕는다.
문제는 프리온의 생김새가 변했을 때다. 정상 프리온에는 있는 스프링 모양의 작은 구조가 펴지면 변형 프리온이 된다. 이 프리온은 주변의 정상 프리온에 붙고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변형 프리온을 계속 만들어낸다. 한 사립대학 수의학과 교수는 "기능을 다한 정상 프리온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분해해 몸에서 없어지지만, 변형 프리온은 효소가 분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변형 프리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뇌 조직을 계속 파괴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광우병의 발병원인이 바이러스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조직에서 변형 프리온과 바이러스와 비슷한 입자를 발견했다고 2007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손현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해외전염병과 연구관은 "심지어 효모가 발병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광우병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원인이란 게 현재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사람 공기 감염 사례는 없어
지난해 1월 미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미국공공과학도서관-병원균(PLoS Pathogens)>에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공기 중의 에어로졸(미세입자) 형태로도 동물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이제까지 변형 프리온은 주로 음식(광우병 쇠고기)이나 수혈(변형 프리온이 들어 있는 피) 등으로 감염된다고 알려졌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스크래피로 죽은 양의 뇌를 미세한 입자로 갈아 밀폐 공간에 뿌렸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뇌 조직을 파괴하는 병을 양에선 스크래피라고 부른다. 뇌 입자를 뿌린 공간에 연구진이 상처 입지 않은 정상 쥐를 최대 10분까지 넣어뒀더니 뇌에 구멍이 뚫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결국 뇌 입자에 포함돼 있던 변형 프리온이 쥐의 몸 속으로 들어가 병을 일으켰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이나 코 등 어느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 이 실험결과만으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연구진은 "쥐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프리온 에어로졸이 체내로 들어가면서 감염을 촉진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기(호흡)를 통해 변형 프리온 질병이 감염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사슴 사이에선 가능하다는 보고가 이미 나왔다는 학자도 있고, 인간 광우병이나 vCJD 환자가 호흡으로 변형 프리온을 내놓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학자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간에 변형 프리온이 공기를 통해 감염됐다는 사례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은 없다.
혈뇌장벽 통과가 치료제 개발 관건
발병원인은 명확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는 나오질 않고 있다. 범인을 아는데도 잡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건 혈뇌장벽이다. 혈뇌장벽은 뇌로 가는 혈관에 위치한 일종의 검문소. 이 장벽은 외부 물질이 뇌에 유입되지 않게 막는다. vCJD 치료약물도 혈뇌장벽 입장에선 외부 물질이다. 손 연구관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공격하는 타깃인 뇌 신경세포는 혈뇌장벽 안쪽에 있다"며 "vCJD 치료약물이 효과를 내려면 혈뇌장벽을 뚫고 신경세포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약물을 개발하거나, 몸의 다른 부위에 있던 변형 프리온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면 vCJD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몸 속에 변형 프리온이 극미량 있다고 해서 다 발병하는 게 아니라 뇌에 일정한 양 이상이 모여야 뇌 조직을 파괴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vCJD는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질병.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걸린다고 알려졌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치매, 언어장애를 겪다가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한다. 그러나 잠복기가 최대 수십 년이라 사는 동안 발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광우병과 vCJD 모두 발병원인은 같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그 장본인이다.
몸에 이로운 프리온 단백질
사실 프리온 단백질 모두가 해로운 건 아니다. 정상 프리온은 오히려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세포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단백질은 세포가 산화되는 것을 막고, 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돕는다.
문제는 프리온의 생김새가 변했을 때다. 정상 프리온에는 있는 스프링 모양의 작은 구조가 펴지면 변형 프리온이 된다. 이 프리온은 주변의 정상 프리온에 붙고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변형 프리온을 계속 만들어낸다. 한 사립대학 수의학과 교수는 "기능을 다한 정상 프리온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분해해 몸에서 없어지지만, 변형 프리온은 효소가 분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변형 프리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뇌 조직을 계속 파괴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광우병의 발병원인이 바이러스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조직에서 변형 프리온과 바이러스와 비슷한 입자를 발견했다고 2007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손현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해외전염병과 연구관은 "심지어 효모가 발병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광우병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원인이란 게 현재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사람 공기 감염 사례는 없어
지난해 1월 미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미국공공과학도서관-병원균(PLoS Pathogens)>에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공기 중의 에어로졸(미세입자) 형태로도 동물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이제까지 변형 프리온은 주로 음식(광우병 쇠고기)이나 수혈(변형 프리온이 들어 있는 피) 등으로 감염된다고 알려졌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스크래피로 죽은 양의 뇌를 미세한 입자로 갈아 밀폐 공간에 뿌렸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뇌 조직을 파괴하는 병을 양에선 스크래피라고 부른다. 뇌 입자를 뿌린 공간에 연구진이 상처 입지 않은 정상 쥐를 최대 10분까지 넣어뒀더니 뇌에 구멍이 뚫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결국 뇌 입자에 포함돼 있던 변형 프리온이 쥐의 몸 속으로 들어가 병을 일으켰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이나 코 등 어느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 이 실험결과만으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연구진은 "쥐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프리온 에어로졸이 체내로 들어가면서 감염을 촉진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기(호흡)를 통해 변형 프리온 질병이 감염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사슴 사이에선 가능하다는 보고가 이미 나왔다는 학자도 있고, 인간 광우병이나 vCJD 환자가 호흡으로 변형 프리온을 내놓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학자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간에 변형 프리온이 공기를 통해 감염됐다는 사례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은 없다.
혈뇌장벽 통과가 치료제 개발 관건
발병원인은 명확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는 나오질 않고 있다. 범인을 아는데도 잡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건 혈뇌장벽이다. 혈뇌장벽은 뇌로 가는 혈관에 위치한 일종의 검문소. 이 장벽은 외부 물질이 뇌에 유입되지 않게 막는다. vCJD 치료약물도 혈뇌장벽 입장에선 외부 물질이다. 손 연구관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공격하는 타깃인 뇌 신경세포는 혈뇌장벽 안쪽에 있다"며 "vCJD 치료약물이 효과를 내려면 혈뇌장벽을 뚫고 신경세포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약물을 개발하거나, 몸의 다른 부위에 있던 변형 프리온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면 vCJD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몸 속에 변형 프리온이 극미량 있다고 해서 다 발병하는 게 아니라 뇌에 일정한 양 이상이 모여야 뇌 조직을 파괴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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