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다리와
찰랑거리는 강물의 흔들림이
몸에 전해지면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세계일보]
'물의 나라' 강원 화천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화천(華川)은 이름대로 화려한 강물이 흐른다. 강과 계곡, 호수에는 시원하고 맑은 물이 가득하기에 여름 피서지로 그만이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나고, 해가 머리 위에 오르면 청명한 물빛의 호반엔 거대한 산자락이 투영된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피오르를 경험한 탓에 여간해선 계곡과 호수가 만들어낸 경치에는 놀라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화천의 높은 산과 계곡, 호수가 빗어낸 협곡은 신선이 사는 선계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여름에 더위를 피해 화천여행을 선택했다면 가장 먼저 북한강변으로 가야 한다. 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도로인 '파로호 100리 산소길'(42.2㎞)은 이곳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청명하고 상쾌하다. 자전거 길은 남쪽으로는 하남면 서오지리 연꽃단지에서 북으로는 화천댐까지 3시간가량 걸린다. '100리 길을 완주하고 100세까지 장수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이 길은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흙길과 강물 위로 지나가는 강상(江上)길로 나뉜다.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숲속길(1㎞)과 북한강 위로 지나가는 수상길(1㎞),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2㎞), 연꽃길, 야생화길 등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나룻배 체험길과 원시림의 숲속산소길도 있다. 숲속 길은 포장되지 않은 원시림 산길로 난이도가 높다.
이곳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붕어섬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신분증과 5000원을 내면 최신형 자전거와 안전모를 빌려준다. 5000원은 반납할 때 화천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니 무료나 다름없다. 안내소를 나와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위해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른 아침 북한강은 물안개가 자욱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산천어 축제장을 지나 '가난한 선비가 바위 앞에서 정성을 들여 장원급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미륵바위에 당도한다.
머지않아 '꺼먹다리'가 나왔다. 수많은 사연이 깃든 낡은 다리 앞에선 왠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1945년 만들어진 다리 상판을 검은색 타르를 칠하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이 다리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물이다. 교각에는 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에 의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전우' 등 전쟁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꺼먹다리를 지나면 '딴산'이다. 산이라기보다는 물가에 자리한 조그만 동산이다. 섬처럼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울산에 있던 바위가 금강산으로 가다가 이곳에서 걸음을 멈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장엄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와 물놀이장으로 인기 만점이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에 올라서면 화천댐이 앞을 가로막아 선다. 이 댐이 품고 있는 물이 '산속의 바다'라 불리는 38.88㎢ 규모의 파로호다.
화천강의 물고기를 파로호로 이동시키기 위해 조성한 '물고기 하늘길'을 지나면 '이구가 고개'라는 푯말이 보인다. 언덕의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타고 가지 못하고 머리에 이고(이구) 가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개를 지나면 드디어 산소길의 백미인 물 위에 만들어진 폰툰(pontoon·부교) 길이다. '숲으로 다리'라 불리는 총 연장 1㎞, 폭은 2.5m의 수상 자전거길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화천의 명물이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다리와 찰랑거리는 강물의 흔들림이 발과 다리에 전해지면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수상길을 지나 원시림 숲 속을 빠져나오면 연꽃단지인 서오지리에 다다른다. 야생화가 지천에 핀 동구래마을도 지척이다. 100리 산소길은 강과 산과 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빠져 힘든지 모르고 달리게 된다.
화천에서 파로호 '물빛누리호'를 타고 50년간 유지된 원시림과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물빛누리호는 파로호 선착장인 구만리선착장을 출발해 간동면 방천리(수달연구센터)와 동촌리 지둔지, 법성치, 비수구미, 세계평화의 종 공원으로 이어지는 물길 24㎞를 1시간20분 달린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하루 두 차례, 나머지 기간은 하루 한 차례 운항한다. '비밀의 숲 속 아름다운 아홉 물줄기가 흘러나온다'의미를 지닌 오지 중 오지 '비수구미'는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직 세 가구만 살고 있는 비수구미마을에서 화전민 후손들이 내놓는 나물밥과 청국장, 토종닭 요리는 가히 일미다. 더위를 느낄 수조차 없는 비수구미는 밤이
찰랑거리는 강물의 흔들림이
몸에 전해지면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세계일보]
'물의 나라' 강원 화천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화천(華川)은 이름대로 화려한 강물이 흐른다. 강과 계곡, 호수에는 시원하고 맑은 물이 가득하기에 여름 피서지로 그만이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나고, 해가 머리 위에 오르면 청명한 물빛의 호반엔 거대한 산자락이 투영된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피오르를 경험한 탓에 여간해선 계곡과 호수가 만들어낸 경치에는 놀라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화천의 높은 산과 계곡, 호수가 빗어낸 협곡은 신선이 사는 선계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1945년 만들어진 '꺼먹다리'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물이다. 교각에는 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
이곳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붕어섬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신분증과 5000원을 내면 최신형 자전거와 안전모를 빌려준다. 5000원은 반납할 때 화천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니 무료나 다름없다. 안내소를 나와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위해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른 아침 북한강은 물안개가 자욱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산천어 축제장을 지나 '가난한 선비가 바위 앞에서 정성을 들여 장원급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미륵바위에 당도한다.
머지않아 '꺼먹다리'가 나왔다. 수많은 사연이 깃든 낡은 다리 앞에선 왠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1945년 만들어진 다리 상판을 검은색 타르를 칠하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이 다리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물이다. 교각에는 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에 의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전우' 등 전쟁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꺼먹다리를 지나면 '딴산'이다. 산이라기보다는 물가에 자리한 조그만 동산이다. 섬처럼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울산에 있던 바위가 금강산으로 가다가 이곳에서 걸음을 멈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장엄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와 물놀이장으로 인기 만점이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에 올라서면 화천댐이 앞을 가로막아 선다. 이 댐이 품고 있는 물이 '산속의 바다'라 불리는 38.88㎢ 규모의 파로호다.
화천 '파로호 산소 100리길'의 백미인 물 위에 만들어진 폰툰(pontoon)길. 이곳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출렁거리는 다리와 찰랑거리는 강물의 흔들림이 몸에 전해져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북한강은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물안개가 자욱해 수묵화처럼 아늑하고 아름답다. |
페달을 밟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다리와 찰랑거리는 강물의 흔들림이 발과 다리에 전해지면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수상길을 지나 원시림 숲 속을 빠져나오면 연꽃단지인 서오지리에 다다른다. 야생화가 지천에 핀 동구래마을도 지척이다. 100리 산소길은 강과 산과 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빠져 힘든지 모르고 달리게 된다.
화천에서 파로호 '물빛누리호'를 타고 50년간 유지된 원시림과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물빛누리호는 파로호 선착장인 구만리선착장을 출발해 간동면 방천리(수달연구센터)와 동촌리 지둔지, 법성치, 비수구미, 세계평화의 종 공원으로 이어지는 물길 24㎞를 1시간20분 달린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하루 두 차례, 나머지 기간은 하루 한 차례 운항한다. '비밀의 숲 속 아름다운 아홉 물줄기가 흘러나온다'의미를 지닌 오지 중 오지 '비수구미'는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직 세 가구만 살고 있는 비수구미마을에서 화전민 후손들이 내놓는 나물밥과 청국장, 토종닭 요리는 가히 일미다. 더위를 느낄 수조차 없는 비수구미는 밤이
'아름다운 금수강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정 산책로… 여기가 서울이라고? (0) | 2011.10.31 |
---|---|
휴가에 곁들이는 갤러리 기행 (0) | 2011.07.29 |
민초의 한이 서린 길, 보성 소릿길.. (0) | 2011.05.24 |
북한산 둘레길 걷기 (0) | 2010.10.19 |
지하철 타고 떠나는 수도권 가을 산행 (0) | 201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