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호감도 1위, 게다가 공식적인 기자회견 외에는 1 대 1 인터뷰를 좀체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톱스타를 단독으로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은 기자에게도 큰 행운이다. 배우 독고진(37). 드라마 속에서 완벽하고 섹시한 외모에 자상한 매너까지 갖춘 그는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 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로맨틱한 매력남부터 야수적인 남성성으로 뭉친 액션히어로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온 그의 연기는 할리우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할리우드 진출이 미뤄졌지만 그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게다가 병상에서도 사고의 원인이 됐던 동료연예인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인간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팬들에 대한 도리라 생각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선 자신감과 유쾌함이 묻어나왔다. 교과서적이고 빈틈없는 답변을 내놓으리라 예상했던 그는 때론 비속어도 써가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즐겨 마시던 와인을 최근 끊었다"는 그는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한 잔만 마시겠다"고 말했다.
- 생각보다 굉장히 소박하고 작은 레스토랑이네요. 자주 오는 곳인가요.
"이곳은 저와 가까운 사람과 인연이 있는 곳이죠. 내 특별한 사람과 10년 전에 국보소녀로 함께 활동했던 제니씨가 운영하는 곳이죠.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제니씨 요리 솜씨가 끝내주거든요. 특히 피자가 진짜 맛있죠. (식당은 개나 고등어나, 아무나 오는 거야. 나같이 특별한 사람이 오면 영광인 거고.)"
- 몸은 어떠세요? 교통사고 후유증은….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곧게 세워 흔들며) 극복~! 나 독고진인데…. 덕분에 모처럼 생긴 여유를 즐기고 있어요."
- 그래도 무척 속상하셨을 텐데…. 그렇다면 모처럼 생긴 여유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워낙 쉴 틈없이 지내셔서….
"피터 제이슨 감독과 작업이 무산돼서 아쉽지만 (끙, 지가 나를 까? 그 와인이 얼마짜린지 알았으면 못돌려줬을걸? 훗), 그 참에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영어로 의사소통이야 문제가 없지만 미묘한 감정표현을 하고 연기를 하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평소엔 CNN을 즐겨봐요. 요즘은 고전에도 손이 많이 가요. 김유정 작가의 < 동백꽃 > 도 좋고,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도 읽을수록 감동이 새로 와요. 참, 요즘은 요리도 해요. 최근엔 카레를 만들어 먹었는데 감자에 싹이 나서 안 넣었더니, 감자가 안들어간 카레는 '드럽게' 맛이 없더라고요.(아, 귀신 같은 구애정…)"
- 아시아의 별이라는 보아도 팬이라고 밝혔는데, 혹시 어떤 가수의 팬이신가요? 즐겨 부르는 노래는 있나요?.
"(아시아의 별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랑은 급이 워낙 다르지.) 감사하죠. 전 개인적으로 빅뱅 지드래곤이 맘에 들어요. 노래방에선 '하트브레이커'를 즐겨 부르죠. 제가 '하트'에 남다른 애착이 있거든요. 하하."
- 오랫동안 CF모델로서 파워와 위상을 유지하는 비결도 궁금합니다. 최근엔 연인인 강세리씨와도 10억원짜리 커플 CF를 찍으셨잖아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 덕분이죠. 하하. (뻔뻔하네. 얼마전에 내가 에어컨 광고 까인 거 알고 물어보는 거야? 박태환이 금메달 따는 바람에 홀라당 넘어갔구만…)"
- 차기작은 어떤 쪽으로 생각하시나요.
" < 미스터 틱톡의 연인 > 이라고, 만화가 원작인 작품인데 시나리오 각색이 아주 잘 됐더라고요. < 파이터 > 도 그렇고, 요즘 이미지가 너무 다크해서 독고진도 '블링블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택했습니다. 팬들도 원하고요. (잘 골라야지, 안 그러면 한 방에 훅 가거든.)"
- 수년째 최정상을 유지하고 계시는데 세월이 흘러 인기가 예전같지 않을 때, 그때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아주 질문도 가지가지 하는구만. 대충 끝내지 자꾸 알짱거려….) 식은 고기는 맛이 없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불 위에서 질질 끌면 망치는 거예요. 저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고 싶습니다."
- 인터넷으로 기사나 리뷰를 꼼꼼히 검색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악성 댓글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댓글은 신경써서 남겨주세요. 수건에서도, 거울에서도 댓글이 보여 심장박동수가 올라갔습니다. 댓글은 떨어져 나가도 심장은 혼자 두근댑니다. (악성댓글 다는 인간들은 다 신고해야해. 내 팬만 빼고.)"
- 취미가 있습니까.
"감자에 싹이 났기에 길러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자라더라고요. 그런데 싹은 독 아닌가요? 그렇게 계속 독이 자라면 죽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스케줄 없는 날이면 아침 7시에 밴을 타고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돌곤 합니다."
- 요즘 고민은 뭐죠.
"그러게요. 최근에 누군가한테 쉽게 봤다고 털어놨다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심장이 요즘 멋대로 뛰더라고요. 자꾸 이 성격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어…."
- 누군가요? 강세리씨와의 결별설이 나오는데, 혹시 그분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인터뷰 전에 안하기로 했을 텐데요. 자꾸 그러면 고소할 겁니다.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 하하하. (독고진, 너 또 지금 두근두근하고 있잖아. 싼티나는 껍데기에 빈티나는 배경 가진 구애정 따위에게…. 괴롭고 수치스러워.)"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계시는데요.
"딩동! 그렇지만 기부천사 독고진, 날개없는 천사 독고진. 이런 타이틀이 붙는 건 민망하고 부담스럽습니다. 하하하."
-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 감사합니다.
"(손바닥에 사인해주며) 영광인 거죠."
한 시간 남짓 흘렀을까, 그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카페 화장실은 깨끗한지, 냄새가 안나는지 몰라서…"라며 일어섰다. 선글라스를 꺼내 쓴 그는 "안녕히 돌아가시라"며 인사말을 남긴 채 어둠 속으로 휘적휘적 사라졌다.
< 박경은·이미혜 기자 ki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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