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TV이야기

시처럼 펼쳐지는 사랑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

추억66 2010. 11. 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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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은 맞을지 모른다.

시인이 되지는 않더라도, 한 편의 시를 외우거나

하다못해 시집이라도 들고 읽고 싶은 감성을 품게 된다.  

 

얼마전부터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시크릿 가든' 에서,

사랑을 하게된 남주인공 김주원은(현빈분)

시집을 읽으면서 여주인공 길라임(하지원분)을 생각한다. 

단 몇 줄의 행간으로도 자신의 마음같은 사랑의 시.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지, 하는 것 같은 시.

그런 시를 읽으면서 사랑에 젖을 수 있는 그런 청춘이 지금은 매우 부럽다.

그래서 남주인공인 김주원의 책꽂이에 몇권의 시집이 꽂혀있는 장치를 보니 덩달아 매우 감성적이 되고 상큼한 기분이 든다. 

 

지금도 현실에서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시집 읽기가 과연 통할까, 그건 모르겠다.

그 옛날에는 연애편지의 구절에 시를 인용해 보는 것은 다반사였다.

부치지는 못할 편지라도 시 한구절을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면서

결국 그 시를 통채로 외울 지경이 될 정도로 주변 친구들은 모두 다 시인의 마음을 가졌었다. .

심지어는 어떤 시가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부탁을 해와서 시를 골라준 적도 있다.

이처럼 사랑이 시작될 때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올거니까

아직 사랑의 시 읽기는 유효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낡은 것 같은 시집읽기로 남주인공의 사랑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작가도

구닥다리 방식의 사랑을 무척 폼나게 집어넣었다. 책꽂이에 몇권 시집을 꽂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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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은 나도 사랑시를 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청춘의 한 순간도 남아있지 않은 나이에

그 감성을 훔쳐올 곳은 이런 로맨틱한 드라마외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런 드라마를 무지무지 좋아한다.

그리고 보면서 감정몰입을 곧잘 하게 된다.

청춘남녀의 주인공들이 악을 써대는 그런 드라마만 아니라면,

애틋함이 느껴지는 드라마들은 가볍지만 상큼 발랄하고 좋다.    

 

어릴 적 동화 '비밀의 화원'을 질리지도 않게 보고 또 보곤 했다.

그 즐거움이 남아있었던지, '시크릿 가든' 이란 제목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드라마보기였는데,

뜻밖에도 재미있어서 다행이다.

두뇌가 샤프한 재벌남으로 현빈이 나오고, 하지원이 스턴트우먼으로 분해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재벌과 스턴트맨의 사랑이 전개되리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지만

잡아당기기만 해도 쭉 찢어지는, 기워서 들고 다니는 비닐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여자와

그 여자를 자신도 모르게 사랑해버리는 어리버리한 그러나 두뇌는 샤프한 재벌청년의 사랑의 줄다리기가 연민스럽기도 하면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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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년은 자신이 그동안 세워놓았던 결혼기준의 여성을 사랑하지 않게 되어서 순간 당황한다.

재계 30위안에 드는 가계와, 무조건 24세 이하와, 2세에게 물려줄 적절한 지능과 외모와 키와 학벌을 구상해놓았었지만, 사랑앞에 그 모든 기준은 단 한방에 날아가 버린다.

그 청년 김주원에게 그 여자는, 눈 내려깔면 시크하고, 눈 치켜뜨면 반짝반짝한 여자,

자꾸 생각나게 하는 여자로 처음부터 다가온다. 

마치 감성이 풍부한 시 한구절처럼 다가오고, 스며들었다.  

김주원은 길라임을 다음 행동이 예측이 안되는 여자로 인식한다.

언제나 짜여진 삶, 계획, 구상, 시간들에 매여 살았을 김주원에게 길라임은 새로운 세계다.

 

30만원짜리 월세방,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올 듯한 파리가 날아다니는 배경이 있는 그런 곳,

불쌍한 애들이 사는 그런 곳에서, 그나마도 친구와 반씩 나눠서 내는 생활을 하는

그런 여자를 본 적이 있느냐고, 한류스타로 나오는 오스카(윤상현분)에게 묻는 남주인공.

 

그 남주인공의 력서리한 삶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 하듯이, 

그런 인물들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 듯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주인공과 같은 인물들이 사실 우리 도처에는 더 많을 것이다. 

그 두인물이 물과 기름처럼 현실에서는 어울리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드라마들에서나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뭐 어떠랴.

말 그대로 드라마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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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재벌얘기는 예전에도 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스턴트우먼으로 나오는 하지원의 터프한 매력이 한 몫한다.

또 한류스타로 나오는 어리버리한 가수 역할을 하는 윤상현의 노래부르는 모습도 볼만 하다.

청춘의 남녀인물들이 드라마에서 특별히 악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아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안쌓인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이기기만 하려고 악행을 거듭하는 주인공,

복수에 불타는 주인공들은, 실은 보는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즐겁게 보려는데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면서 볼 필요가 구태여 없다.

그래서 이런 로맨틱 러브스토리는 언제나 흥겹다.

 

드라마의 재벌의 사랑이야기가 당연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허구로 끝나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즐겨본다.

나도 그렇다.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즐겁고 유쾌하다. 

신데렐라 얘기는 어차피 동화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니 괜찮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김주원이 다가가려는 사랑과 현실간의 간극으로 갈등하듯이, 길라임이 다가가려는 사랑과 현실간의 간극으로 갈등하듯이   

두 사람은 드라마의 허구속에서라도 이런 갈등을 넘어서 현실을 뛰어넘는 진짜같은 사랑을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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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펼쳐들고 한 여자를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아련해지는 사랑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내 어줍잖은 사랑시를 쓰는 실타래가 되기 때문이다.

길라임은 드라마에서 대역을 하는 역할로 나온다. 여주인공을 대신해 온갖 어려운 역할을 감당하며 소화해내어야 하는 스턴트우먼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만년 대역을 벗어던지고,

두근거리는 사랑을 쟁취하는 여주인공이 되는 진짜 역할을 맡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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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우먼이 마침내 히로인이 되는 이 의미심장한 상징이

우리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기를 또 한편으로 바라는 마음이라면

나도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대책없는 사람일까.

그래도 나는 남주인공이 사랑을 꿈꾸며 읽는 한 편의 시,

그런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을 먼 훗날에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