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찬바람이 불면 푸석푸석, 간질간질
40대 중반의 직장인 정모씨는 날씨가 쌀쌀해진 9월 하순께부터 허벅지와 종아리, 옆구리 등이 가려워 긁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며칠 전 허벅지 안쪽 살이 가는 실처럼 연속적으로 벌겋게 터지더니 참기 어려울 정도로 따가운 통증이 발생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는 화장품 로션을 발랐다가 습진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살이 부르트는 바람에 병원 치료를 톡톡히 받아야 했다. 정씨의 경우 건조해진 피부 관리를 잘못해 생긴 피부 건조증 및 후유증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피부 건조증이란 말 그대로 피부가 건조해져 생기는 질환이다. 다른 계절보다 날씨가 차갑고 생활 주변 환경이 건조해지는 가을이나 겨울에 많이 발생하고 심해진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우리 몸의 땀샘이나 피지선의 기능이 위축된다. 그로 인해 피부 신진대사가 약화되고 피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 자체가 줄어든다. 또 피부에는 얇은 피지막이 있어 기름기와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거나 습기가 적어지면 피부 각질층에 있는 수분이 증발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다. 강한 자외선, 냉난방기의 사용, 피부의 표피나 땀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 복용, 세제에 과다 노출, 아토피 피부염, 피부 노화 등도 주요 원인이 된다.
주요 증상을 보면 초기에는 피부 표면에 미세한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다가 점차 비늘처럼 벗겨지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두꺼운 각질이 생기고, 건조함이 심해 피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화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가려운 습진이 생기거나 2차 세균감염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전신 피부 어디에든 생기지만 주로 팔, 다리(허벅지, 정강이), 손등, 옆구리 피부가 취약지대다.
정씨처럼 환절기가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이나 미세한 비늘이 함께 생긴다. 일단 피부가 건조해지면 표피를 통해 자극물질의 흡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피부가 민감해지며 긁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비누나 세척제, 기타 화학제품 등은 각질층에 있는 지방질의 손상을 초래해 피부 건조가 심화된다"며 "이로 인해 변성되거나 손상된 피부는 각질층에서 표피를 통해 수분 손실이 증가하고, 수분 함유력이 저하된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고 설명했다.
피부과 전문의 신학철 원장은 "피부 건조증으로 기존 피부 질환이 악화되거나 주름, 아토피 등의 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몸에 바르는 로션이나 오일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지만 피부가 갈라지는 등 증상이 심하면 피부과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외래에서 최유원 교수가 피부 건조증 환자의 팔 부위를 확대경으로 살펴보고 있다.피부 건조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뜨거운 물로 목욕하기, 때 밀기, 온풍기 사용, 비누 과다 사용 등을 삼가는 게 좋다. 뜨거운 물은 피부 보호막에 손상을 주거나 제거하여 피부 건조를 유발하므로, 목욕은 미지근한 물로 15~20분 정도 하는 게 적당하다. 각질이 보기 싫다고 때를 벗기면 피부를 보호하는 기름막이 손상돼 피부 보습이 약해지면서 건조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건조한 피부는 민감한 경우가 많으므로 약산성의 비누나 크림 형태의 세정제를 사용하고 목욕 후 물기가 마르기 전인 3분 이내에 피부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다. 특히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피지선의 기능이 약해 피부 건조증에 취약하므로 목욕 시 가급적 비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피부를 보호하고 있던 소량의 기름기까지 비누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안에 가습기를 틀어놓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두는 것이 좋고 실내에 수족관을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피부 건조증이 있을 때 커피나 술은 가려움증을 심화시키므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은 건조한 날씨에 각질이 심해지면 각질 제거(스크럽)를 하게 되는데 자칫 각질층뿐만 아니라 피부 보호막까지 제거해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피부가 민감해지는 환절기에 지나친 각질 제거는 금물이다.
피부과 전문의 임이석 원장은 "오후 5시쯤 기름종이로 콧등을 찍어보았을 때 기름기가 많이 묻어나는 것이 정상 피부이며 기름기가 거의 찍혀 나오지 않으면 피부가 건성인 상태"라며 "이런 피부 타입은 건조증으로 거칠어지고 약해지기 쉬우므로 피부의 원활한 재생을 위해 얕은 박피술의 일종인 스킨 스케일링이나 비타민C를 이용하는 스킨 케어를 해주면 좋다"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최유원 교수는 "심하게 각질이 일어나고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보습제나 건조증 연고를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 사기그릇이나 도자기에 발생한 균열과 같은 병변(건조습진)이 생기면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하면서 보습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효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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