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당신의 심장 박동은 몇 분의 몇 박자?

추억66 2010. 10. 8. 09:58

심박수 빠르기에 엇갈리는 ‘수명의 장단’

 

'당신의 심장은 몇분의 몇박자로 박동하십니까.'

심장을 가진 동물은 24시간 심장이 뛰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심장이 뛰는 정도는 분당 심장박동수(심박수)로 계산하는데, 심박수란 심장이 혈액을 전신에 보내기 위해 움직이는 횟수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성인 기준)의 안정시 심박수는 분당 60~70회 정도이며 운동을 마친 후나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경우 이보다 높다. 심박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1분에 심장이 더 많은 운동을 한다는 의미다.

심장분야 전문의들은 "심장 박동이 빠르면 심장에 과부하가 생겨 수명 단축의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생쥐나 참새 같이 심장 박동이 빠르고 몸집이 작은 경우는 심장이 1분에 수백회나 뛴다. 이런 결과로 생쥐의 수명은 1∼2년, 참새는 5년 정도로 짧다. 대신 오래 사는 대표적인 동물인 고래(25~60년)나 코끼리(60~70년)는 심장박동이 1분에 겨우 30∼35회 정도로 느린 것이 수명 유지의 중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심장기능이 뛰어난 마라토너 황영조나 이봉주 선수는 분당 50~60회 정도의 심장박동수를 보인다.

이런 이치로 따져보면 휴식 상태에서 심박수가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심장박동수가 높으면 전반적으로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박수가 5bpm(1분당 5회) 상승하면 새로운 관상동맥질환 발생 가능성이 1.14% 증가한다. 반대로 심박수가 10bpm 감소하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30%가량 줄어든다. 또 심박수는 허혈성 심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과도 연관성이 있다. 안정시 심박수가 60bpm 이하인 사람에 비해 80~89bpm인 사람의 허혈성 심질환 발생 가능성은 2배나 더 높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서 빈맥 환자가 운동처방을 받기 위해 심장 운동부하 검사를 받고 있는 장면.각종 통계에 의하면 안정기의 맥박이 1분에 90∼100회인 사람은 분당 60회 이하인 사람에 비하여 갑작스럽게 사망할 확률이 3배 이상 된다. 이러한 사실은 특히 여자보다 남자에서 강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심박수가 높은 남자는 그만큼 상대적인 위험성이 비례하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좌심실 비대증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박수가 10bpm 증가할 때마다 총 사망위험이 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9190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기간 동안 심박수를 평가하고 매년 심전도로 측정한 것으로, 4년8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8.9%인 814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평소 심장이 빨리 뛰는 사람은 박동을 낮춰주고, 불규칙한 심장박동까지 바로잡아주는 대책이 요청된다.

자신의 맥박이 보통보다 빠른지 느린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1분간 맥박을 짚어보면 된다. 여러차례 측정 결과를 토대로 90~100회 이상 높은 경우가 자주 있다면 심질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장초음파나 심장박동기를 착용하는 검사를 하면 빈맥, 서맥, 부정맥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운동처방을 받으려면 제자리 달리기를 하며 심장 기능을 측정하는 심장 운동부하 검사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는 "심장의 과부하는 심혈관 질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심혈관 질환자라면 주의깊게 봐야 할 위험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면서 "혈압이나 수축력 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심박수만 선택적으로 낮춰주는 약물을 투여하면 심장기능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심전도실에서 의료진이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는 '홀터 모니터링' 검사기를 부정맥과 빈맥을 동반한 환자에게 장착하고 있다.심장 박동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우선 술이나 카페인과 같은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자극적인 요소를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도 심장 박동을 높이는 중요 요소이므로 잘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 박동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운동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교감신경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심장박동수 감소, 혈관 이완, 혈압 하강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박동수 증가, 혈압 상승, 혈관 수축 등 심장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 소장은 심장박동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운동으로 걷기와 수영을 추천했다. 수영의 적절한 운동 강도는 숨이 조금 찰 정도다. 운동 중 일반적으로 30초∼1분 정도의 가벼운 휴식이 권장되며, 운동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피곤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정하면 된다. 걷기는 심장 기능이 걱정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규칙적인 걷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을 반으로 줄여준다. 평소 맥박이 빨라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찬 사람 등 심장 기능이 약한 경우 운동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꼭 운동을 생활화해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1회에 30~6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는 운동의 정도를 전문의와 상담한 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