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같은 증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호르몬계 검사를 받아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경DB> |
처음에는 환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부쩍 심해진 피로감과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며 피로 회복에 좋다는 종합영양제를 복용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종합검진, 혈액검사도 받아봤지만 별다른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단순히 스트레스성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타액 검사를 받아보니 ORP(산화-환원 전위차)가 정상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체내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화(異化) 작용이 훨씬 우세해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세희 연세SK병원 웰빙클리닉 원장은 "평소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한 피로나 소화기 장애, 근골격계 통증을 겪는다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무턱대고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기보다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신체대사 이상 원인을 먼저 확인하고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은 무엇
=우리 몸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호르몬은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안드로겐(Androgen), 코티솔(Cotisol) 등이 있다.
에스트라디올은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하나로 난소의 여포세포(난자를 싸는 단층 또는 다층 상피조직의 세포)에서 생성되며 자궁 내막의 증식을 일으키고 간세포 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신경과민이나 유방 통증, 복부 팽만감 등 생리전 증후군을 겪을 수도 있고 부족하면 골밀도 저하, 기억력 감퇴, 우울증 등이 생길 수도 있다.
프로게스테론은 황체(黃體)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여성의 생식주기에 영향을 준다. 황체는 동물 난소의 여포 속에서 난자가 나온 후 남은 여포 부분이 발달해서 만들어지는 일시적인 덩어리를 말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비율 불균형으로 생리 불순, 불면증, 불안ㆍ우울감, 편두통 등을 앓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안드로겐은 생식기관이나 그 밖의 성적 특징의 발육이나 유지에 영향을 준다. 안드로겐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여드름이나 탈모, 체중 증가가 나타날 수 있고 분비량이 적으면 만성피로나 성욕 감소, 두통 등을 일으킨다.
코티솔은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몸의 대사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 내 코티솔 농도가 높아지면 식욕이 증가하고 지방이 축적된다.
또 코티솔 분비가 지속되면 불안과 초조, 두통 등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부신피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코티솔이 분비되지 않아 스트레스에 대항할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 이 경우 만성피로나 불면증 등이 생기게 된다.
◆ 호르몬 불균형 타액ㆍ소변으로 검사
호르몬 이상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타액 내 자유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법이 간편하고 유용하다. 혈액 안의 호르몬 농도 측정으로도 추정이 가능하지만 혈액 안의 호르몬은 대부분(95~99%) 호르몬 운반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 조직과 세포에 있는 자유 호르몬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
타액의 호르몬 검사는 어렵고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한정돼 있지만 최근 전자체액분석방법(ECS)이 나와 환자의 영양 상태 및 호르몬 불균형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분석 방법은 적은 양의 타액이나 소변으로 인체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의 영양 상태와 대사 경향을 파악하는 검사법이다.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 대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교정하고 질병의 근원을 치료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얻을 수 있다.
◆ 호르몬 상태에 따라 생활습관 조절을
=만성피로나 두통, 소화불량, 우울증, 불안감, 스트레스, 수면장애, 비만 등을 앓고 있다면 전자체액분석방법으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체내에서 이용되는 호르몬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뿐만 아니라 자극 전달에 의한 호르몬 농도 변화에 따른 호르몬의 일주기 및 비율을 측정해 잠복 단계인 질환들의 진단도 가능하다.
최세희 원장은 "원인 불명의 피로나 두통, 소화불량 등으로 ECS 검사를 받은 환자의 90% 이상이 영양 불균형이나 호르몬계 이상으로 인한 세포 내 대사 불균형으로 나타났다"며 "이 경우 본인 몸 상태에 맞는 식습관이나 수면습관, 운동치료 등 생활습관 전반에 대한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면 영양 공급 치료나 호르몬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