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 담석증 □ 위장질환 □ 골다공증 □ 숙취해소 □ 방광염 □ 혈압 □ 유방암 □ 임신부
마셔서 도움이 되는 경우엔 ○, 나빠지는 경우엔 X 해보세요
《종종걸음 치는 출근길일지라도 커피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커피의 쓴맛을 느끼고 나서야 잠이 깬다.
밥을 먹고 나서도 커피 한잔은 마셔야 개운하다.
오늘 먹은 커피잔을 세다 보니 혹시 커피 중독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한데….
커피의 유혹은 카페인에서 비롯된다. 커피는 까맣지만 카페인은 하얗다.
냄새는 없고 고유한 쓴맛을 가지고 있다. 뜨거운 물에 잘 녹는다.
커피 한잔에는 40∼108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한국인이 하루에 소비하는 카페인의 양은 1인당 50mg 정도.
몸속에 섭취된 카페인의 대부분은 간에서 분해돼 신장을 거쳐 24시간 내에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카페인은 중독성을 띠고 있어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게 된다. 커피를 많이 마셔도 괜찮은 걸까.
커피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보았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따져보고 현명하게 마시자.》
“커피 OOO해서 몸에 좋다”
[1] 담석증=카페인은 담석증의 발생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히 축적됐다. 미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4잔의 커피를 마시는 남성과 여성은 담석증이 발생할 확률이 각각 45%, 25% 낮아진다고 한다. 담석은 주로 담즙과 콜레스테롤이 뭉쳐 생긴다. 카페인이 담낭 운동을 촉진하고 이뇨 작용으로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유방암=폐경여성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 카페인이 에스트로겐 분비를 줄이고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이런 성호르몬의 변화가 유방암을 억제한다. 노르웨이에선 마른 여성이 커피를 마시면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3] 숙취 해소=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데 이 성분이 숙취를 유발한다. 카페인은 이뇨 작용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배설을 촉진한다. 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경화 발생률이 낮다. 커피 성분 중 카페스톨은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를 적정하게 높이고 간 효소를 낮추는 등 간 기능 보호 역할을 한다.
[4] 다이어트=카페인은 지방을 분해하고 체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우리 인체는 에너지를 소비할 때 단백질 다음으로 지방을 소비하지만 카페인은 지방을 먼저 소비하도록 한다. 또 이뇨작용으로 지방을 배출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커피를 마신다면 설탕이나 크림 등을 섞어 마시는 건 금물이다.
[5] 정신건강=커피를 마시면 기억력, 추리력 등이 향상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피로감을 줄이고 각성 효과를 낸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자살률이 낮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불면증을 일으키면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커피 OOO해서 몸에 나쁘다”
[1] 위장질환=카페인은 위벽을 자극해 위산이 많이 나오게 한다. 위장과 식도를 연결하는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위산이 역류하며 속쓰림이 심해진다. 또 장의 연동작용을 촉진하므로 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위산과다가 있거나 위궤양 증상,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커피를 피해야 한다.
[2] 골다공증=카페인은 장에서 칼슘 흡수를 막고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도록 한다. 점차 골밀도를 떨어뜨려 골다공증을 생기게 할 수 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대퇴부 골절 위험이 2, 3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3] 방광염=커피는 방광 근육을 자극해 소변을 더 마렵게 한다. 방광염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커피를 마시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방광암 위험이 2배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양을 마셔야 상관관계가 나타나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4] 혈압=카페인은 혈압을 상승시킨다. 심장 근육을 자극해 박동 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루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축기 혈압은 2.5mmHg, 이완기 혈압은 1.2mmHg 정도 더 높았다. 평소 혈압이 높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저혈압 환자라면 하루 한두 잔의 커피가 활력이 될 수 있다.
[5] 임신부=하루 7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저체중 출산이 늘어나고 조산할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이기는 하지만 임신기간 중 커피 섭취를 하루 한두 잔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섭취된 카페인이 체내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보통 사람은 5, 6시간인 데 비해 임신부는 18시간 이상 걸린다.
(도움말=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