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역할놀이 속 아이 심리 엿보기

추억66 2010. 2. 10. 09:57

아이가 소꿉놀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는지. 아이의 말과 행동에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고 그 속에 아이의 심리가 숨겨져 있다.

part1 역할놀이에 담긴 아이 심리
아이는 상상하기 좋아하는 '흉내쟁이'
아이들은 엄마, 아빠, 형, 친구 등 주변인들을 흉내 내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그대로 말하기, 엄마의 행동 따라 하기, 친구들이나 형제자매의 말과 행동 따라 하기 등이다. 여기에는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습관적 행동, 이를 테면 밥 먹기, 옷 입기, 외모 가꾸기 같은 일상적인 모습을 비롯해 물건을 집는 방식이나 옷을 입고 벗는 방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포함된다.

아이의 모방 행동은 꽤 일찍부터 시작된다. 불완전한 형태의 모방이지만 생후 7개월 즈음부터 엄마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낼 수 있다. 만 2세 이후부터 매우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모방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이런 행동에는 자신에게 중요한 인물을 닮고 싶어하는 이른바 '동일시' 심리가 담겨 있다.

아이의 모방 심리가 그대로 표출되는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역할놀이다. 따라서 역할놀이는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닌 어떤 단순한 대상을 상징화하는 놀이, 즉 상상 놀이라 할 수 있다. 역할놀이에서 흉내 내는 대상은 지금 아이가 의존하거나 관심을 갖는 인물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아이의 놀이 패턴을 통해 아이의 감정이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역할놀이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도한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자신감과 안정감을 갖게 된다. 모방 행동을 통해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 발달하고 사회화 과정을 익힌다. 따라서 아이가 역할놀이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한다.

playing house

아이가 소꿉놀이를 하면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은 엄마 아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과 어른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이가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반복한다면 좀 더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case1. 엄마가 아이를 야단친다_아이는 자신이 엄마에게 야단맞았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그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경우가 많다. 늘 야단맞는 아이일수록 이런 행동을 자주 보이는데, 엄마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엄마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 특히 역할놀이에서 엄마에게 변명하는 모습은 평소 아이가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case2. 엄마 아빠가 싸운다_엄마 아빠가 실제로 사이가 좋지 않고 자주 싸울 때 아이들은 은연중 놀이를 통해 그 상황을 재현한다. 특히 아이가 부부싸움을 흉내 내는 모습을 보면 엄마와 아빠와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역할놀이에서 아빠가 엄마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행동을 보이고, 엄마는 아빠에게 잔소리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아이는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 만일 마지막에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실제 상황을 재현한 것이거나 아이의 바람이 반영된 행동이다.

case3. 엄마처럼 요리한다 주방에서 요리하거나 화장을 하는 등 엄마를 흉내 내는 행위는 엄마와 동일시하고자 하는 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엄마를 닮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엄마를 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의존 욕구가 강한 것이다. 빨리 커서 엄마처럼 예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소망도 엿보인다.

playing hospital

병원은 아이가 두려워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병원놀이를 할 때 의사, 간호사, 환자가 어떤 상황을 설정하는지 살펴보면 나중에 아이와 병원에 갈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case1. "아프지 않지?" 하면서 계속 주사를 놓는다_병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해소하려는 행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사를 맞는 쪽이 아니라 맞히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이 주도권과 통제력을 갖고 싶어하는 심리를 드러낸다. 즉, 자신이 누군가의 행동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더 크고 강해지려는 심리가 엿보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약간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다.

case2. 아픈 아이를 때린다_의사나 간호사가 아픈 아이를 때리고 강압적으로 주사를 맞히는 역할놀이를 한다면 어른에 대한 분노와 숨겨진 적대감이 표출된 것이다. 현재 아이의 심리에는 어른은 아이를 야단치고 혼내고 때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태. 따라서 아이가 인식하는 어른은 아이를 달래거나 잘해주지 않는다. 무서운 어른을 정형화시켜 표현함으로써 어른 또는 부모에 대한 숨은 적개심을 드러낸 셈이다.

playing comic character
5~6세 아이는 TV 만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흉내 내고 집착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수집하려고 하고,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case1. 만화 주인공과 동일시한다_현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할 수도 있지만 공상 속으로 자꾸 빠져서 마치 사실처럼 여기는 아이들의 심리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내지는 외로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case2. 악당처럼 행동한다_아이가 만화 캐릭터를 통해 폭력적인 행동을 묘사한다면 내면의 공격성을 표출하는 셈이다. 자신이 강하고 힘센 존재가 되어 다른 대상을 힘으로 제압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평소에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보인다면 공격성의 수준이 매우 높은 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놀이 중에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모방하는 경우에는 내면에 공격성이 억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part2 상상력 키워주는 역할놀이
play1. 단순한 장난감 놀이
아이들은 세모, 네모로 된 단순한 블록으로 샌드위치부터 배까지, 상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사물을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나중에 언어와 수학을 배우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how to > 인형, 오래된 천이나 담요, 소꿉 장난감 등 작은 소도구를 갖고 놀게 한다. 아이들은 간단한 카드 상자 하나로도 몇 시간 동안 놀 수 있다. 반대로 장난감 휴대전화같이 실제와 똑같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은 상상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play2. 주변 어른처럼 행동하기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 아빠는 매우 힘세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며,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모든 장난감을 언제든지 사줄 수 있는 존재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를 흉내 내다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의사, 경찰, 가게 주인같이 현실 세계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어른을 모방하려고 한다.

how to > 아이의 상상놀이에 참여한다. 이때 부모는 항상 아이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부모가 너무 크고 위협적이기 때문에 상상의 세계에서는 부모를 지배하는 상황에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가 있다. 또한 아이가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요리사가 되어 동물들에게 먹이는 놀이를 하고 있다면 "와, 네가 만든 수프를 오리가 다 먹었구나. 토끼는 디저트로 무엇을 좋아하겠니?"라고 말하며 응대해주도록 한다.

play3. 슈퍼 영웅 흉내 내기

어른 흉내 내기에 푹 빠진 아이의 행동 중 가장 파워풀한 버전은 슈퍼 영웅을 흉내 내는 것이다. 2~3세 아이들이 배트맨이나 원더우먼 흉내를 내는 것은 용감하고 무적이란 느낌을 갖게 하고, 이는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영웅을 동경하면서 아이들을 활동적이게 하고, 체력과 평형감각과 신체 조절력을 길러준다.

how to > 아이가 영웅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할 때는 우선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아이에게 영웅처럼 강한 척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이나 친구를 다치게 하는 건 절대 금물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영웅 놀이를 위한 기본 규칙을 정하도록 한다. 오로지 거실이나 밖에서만 놀고,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갑자기 공격하지 않게끔 한다. 그리고 슈퍼 영웅은 강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멋지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진행 김민선 기자 사진 김경리 모델 김보희(3세), 이민경(4세)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