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1510년에 작업한 [파르나소스]는 밑변이 약 670㎝인 프레스코 벽화이다. 르네상스 시대 교황 레오 10세의 서명실 벽화로서 다루어졌던 네 가지 주제인 철학, 신학, 예술, 법 중에서 예술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라파엘로가 주어진 건축물의 물리적인 상황과 자신의 회화적 상상력을 얼마나 조화롭게 잘 소화해 내었는지를 볼 수 있다. 이 벽화 아랫부분에는 큰 창문이 나 있으므로 직사각형의 화면구성은 불가능했다.
결국 벽화는 불규칙한 아치형 형태가 되어버렸고 이것 때문에 고심했던 라파엘로는 이 억지로 밀어 넣어진 창문의 윗부분에 오히려 그런 불리한 조건을 반전시키며 화면위로 튀어나온 부분에다 파르나소스라는 언덕을 지어버렸다. 그는 중세의 그리스도교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고대에 대한 관심이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에 걸맞게 예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아폴론의 파르나소스를 상상하였다.
신을 찬양하는 [성체논의]가 진지한 열성을 불러일으킨다면 이 [파르나소스]는 고대 시인의 시각에서 분위기를 재창출한 것처럼 더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본디 파르나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영지이며 그리스인들의 성스러운 산이다. 이 산의 기슭에 유명한 아폴론의 신탁인 델포이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라파엘로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음악과 시를 상징하는 아폴론 신이 중심이 되어 시의 여신과 고금의 시인들을 보여주는 무대의 세계를 형상화하였다. | |
화면 중앙이 파르나소스산의 정상이고, 월계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아폴론이 비올라를 켜며 앉아 있다. 아폴론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는 고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적인 시인 호메로스, 비르기리우스, 보카치오, 단테 등이 있다. 이 시인들은 고대주의와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벽면의 공간적 조건에 맞추어 라파엘로는 화면 구성을 좌우 대칭으로 이루어 주고 중앙을 고지화하였다. 따라서 상부중심을 기점으로 화면은 좌우로 분할되며, 넓은 전개를 보여준다.
우리는 여기에서 라파엘로 특유의 온유한 색조와 부드러운 동세를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인물들의 자세로 인해 다이나믹한 화면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라파엘로의 가장 세련된 화법으로인해 고대적 이미지에서 당시 현대였던 르네상스의 심미적 미로 재조합되어 창조되었다. | |
파르나소스의 인물들의 의복과 악세사리는 라파엘로가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을 충실히 연구하여 재창조해낸 것이며 그들의 자세와 움직임의 엄숙한 위엄과 형태는 그들의 고전주의적 특성을 나타내어 준다. 이 인물들의 모양 하나 하나는 독자적으로 완벽하며 전형적으로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을 가진다. 특히, 왼쪽 화면의 아름다운 사포는 이 장중한 인물 스타일을 요약하는데, 그녀는 숨은 힘과 풍부한 에너지를 가진 결점없는 고전주의적 인물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녀의 몸은 풍부하게 곡선화되어 있는 자세로 리듬의 우아한 연속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의 정열적인 여류시인 사포를 구성함으로서 고대의 환생적 의도를 드러내고 또 외면적으로는 다루기 힘들게 주어진 벽의 모양을 반감시켰다. 사포에서 비롯된 이 시인들의 인물군의 움직임은 삼삼오오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이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의 인물들은 우리들이 실제로 바라보는 공간과 그들의 이상적인 영역을 연결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오른쪽의 늙은 시인은 그의 움직임과 방향과 모습에서 그리고 나이, 성별에서 사포와는 반대된다. 즉 사포가 현실 너머로 우리를 인도하여 아폴론과 뮤즈들의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탐닉하게 할때 그는 굵은 주름이 진 얼굴로 우리를 다시 현실로 이끄는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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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산치오 Raffaello Sanzio (1483.4.6 ~ 1520.4.6)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궁정시인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11세 때 아버지마저 잃어 사제인 숙부 밑에서 자랐다. 시인이며 화가였던 아버지에게서 그림을 배우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움브리아파의 지도자인 피에트로 페루지노 공방에서 도제 수업을 받았다. 피렌체에서 몇년간 그림을 그린 라파엘로는 1508년 로마로 건너갔으며 교황 율리우스2세를 위하여 바티칸궁전 내부에 있는 서명실의 벽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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