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시골 길을 걷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푸른 하늘과 먼 산, 뭉게구름, 따가운 햇살, 반짝이는 나뭇잎,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으로 온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음직한 이러한 경험은 눈앞을 휘감아 나가는 반짝이는 빛과 그 빛에 의해 하얗게 반사되는 사물들로 기억된다. 흔히 우리는 사물에 고유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뭇잎이나 풀은 초록색이고, 사람의 피부는 살구색이며, 입술은 빨간색 등등……. 그렇다면 우리가 본 그 광경은 무엇일까? 온통 빛으로만 혹은 빛에 의해 하얗게 반사된 사물로 기억되는 여름날의 그 경험은?
빛의 강도에 따라 대상의 색채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대상에 부딪혀 산란된 빛의 파장에 의해 눈의 망막에 상이 맺히게 되고, 맺힌 상이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우리의 뇌가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빛의 강도에 따라 대상의 색채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의 고유한 색채란 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물의 고유색과 실제 생활에서 발견하는 색채가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바로 끌로드 모네이다. 모네 이전의 서양미술이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면, 모네는 대상을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실제 ‘보이는 대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실적’인 것과 ‘보이는 대로’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실적’이라는 의미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전제하지 않은 일반적이고 종합적이며 총체적인 공통의 이미지라면 ‘보이는 대로’는 화가가 어느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직접 마주친 대상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것은 화가가 대상을 보는 바로 그 순간 대상에 비춰진 빛의 강도와 대상을 둘러싼 대기의 상태, 습도 등을 반영한 이미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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