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이해가 그리 풍부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조차 박수근을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가로 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이와 같은 한국적 조형성이라고 할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또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선험적 조형성의 완성태가 박수근의 그림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변변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간난신고(艱難辛苦) 속에 보내야 했던 그의 일생을 살펴볼 때, 박수근이 다다른 이런 경지는 한국 근대미술사 속에서도 매우 경이로운 예에 속한다.
박수근은 어려움 속에서도 화가로서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부단한 노력과 실험을 통해 사물과 대상의 본성을 깨닫고, 이를 가지고 세대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냈던 작가이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서도 아니고 어느 누구를 흉내 내어서 된 일도 아니다. 천성적으로 화가였고 화가의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갔던 선량하고 충직했던 한 사람의,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한 진정성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현실적인 소재나 과장된 주제를 다루는 법이 없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무, 집, 동물과 사람 모두는 그가 생전에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의 영역으로부터 그의 화면으로 들어와 그만의 독자한 조형적 요소로 재창조되었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며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