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추억66 2009. 7. 21. 12:48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아,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 김시천의  글 중에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기다리는 동안  (0) 2009.08.01
세 월  (0) 2009.07.25
산다는 것-박경리  (0) 2009.07.14
7월 / 이외수  (0) 2009.07.13
차를 마셔요 우리 ../이해인  (0) 2009.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