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들면
바쁜 듯이 뜰안을 왔다 갔다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제천
나를 달라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 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아! 가을 하늘
분홍빛 가을
가을로 가는 길
창밖 푸른가을 하늘
온누리에
향기
가을 호수
가을 숲속 향기
풍요
옛, 가을 정원
옥색 가을 하늘
가을 시골길
절정
옛, 가을 남자
절정
가을 일출
코스모스 작가 원성기(1963년생)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한국화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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