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우리 아기 TV 보여줄까 말까

추억66 2009. 3. 4. 15:00

'과연 TV를 얼마나 보게 할까' 애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특히 3세 이전의 영ㆍ유아 엄마들의 고민은 더 크다. 아이와 놀아주다가 지쳤을 때나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묘약'으로 잠깐씩 보여주기도 하고, 두뇌 발달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학습 DVD의 경우 종일 틀어놓고 있기도 한다. 미 타임지 최근호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결과를 다루면서 '학습비디오조차도 오래 틀어놓을 경우 오히려 영ㆍ유아들 인지발달을 해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TV시청 한 시간 늘면 습득 어휘수 6~8 줄어

TV 시청시간과 아동 인지발달 간의 관계를 처음 연구한 사람은 미국 시애틀 아동 연구소의 드미트리 크리스타키스(Christakis) 박사다. 그는 8~16개월 유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을 통해 TV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휘습득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DVD 시청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갈수록 DVD를 보지 않은 유아들보다 습득어휘 수가 6~8 단어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상영된 DVD는 '베이비 아인슈타인(Baby Einstein)'이나 '똑똑한 아기(and Brainy Baby)' 등 미국에서는 유명한 유아용 학습비디오였다. 아무리 '학습'에 좋다 하더라도 이를 오래 틀어놓을 경우 오히려 언어능력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두 번째 연구는 미 소아과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첫 번째 것과는 다소 다른 것처럼 보인다. 보스턴 아동병원 마리 에반스 슈미트(Schmidt) 연구원이 3세 이하 영ㆍ유아 800명의 TV 시청시간과 언어ㆍ운동능력을 분석한 결과, TV 시청시간보다는 부모의 교육정도 및 경제력이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경제력이 좋을수록 아이들의 언어ㆍ운동능력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교육수준이 낮은 부모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책을 덜 읽어주는 반면, 높은 교육수준의 부모들은 평범한 사건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언어적 자극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는 기존 연구를 입증하는 결과다.

아이 발달엔 첨단기기보단 고전적 방법이 더 좋아

두 번째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TV시청보다는 책 읽기나 대화 등 부모의 언어자극이 아동의 인지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TV시청이 길어질수록 어휘습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종합해 보면 'TV가 아동의 인지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학습비디오를 포함 TV를 장시간 볼 경우 이들 능력은 확실히 저하된다. 고로 아이들의 두뇌를 위한 것이라면 TV보다는 책이 낫다'가 된다. 슈미트 연구원은 "실험에서 아기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이상 보게 될 경우 인지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타키스 박사는 더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왜 아이에게 TV를 보게 하는지 부모 스스로 물을 필요가 있다"면서 "잠깐 아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라면 괜찮지만 두뇌 발달을 위해서라면 굳이 학습 DVD는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8개월짜리 유아에게 블록놀이를 하게 하면 6개월 후 언어능력이 향상된다는 실험결과를 언급하면서 "아이의 발달을 돕고 싶다면 책 읽기나 블록 같은 간단한 놀이가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적당한' TV 시청시간은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TV를 많이 보는 성인은 치매 위험이 더 높다거나(메이요 클리닉) 하루 2시간 이상 보는 아동은 천식위험이 2배 높다는 등(영국 글래스고 대학)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TV는 '바보상자'라는 증거만 최근 들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