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요지.
김 추기경께서는 항상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돼주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노환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았습니다.
-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 김수환추기경의 장례미사가 교황특사인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제이기 전에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본받아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것입니다.
2006년 2월 제가 추기경으로 서임됐을 때 김 추기경께서 “이제야 다리를 뻗고 잘 살 수 있게됐다”며 기뻐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저는 그분이 평생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말씀은 누가 들어도 감동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의 진솔한 사랑과 체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존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아집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은 늘 “적어도 인간으로서 정직하고 솔직하며 남을 존중하고 위할 줄 아는,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느라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겪은 심적 고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입니다. 평생 고생했던 불면증도 그때 생겼다고 합니다.
김 추기경님은 성자처럼 살았던 촛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한평생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한 사제였습니다. 사랑과 나눔을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줬습니다. 그래서 이 슬픈 상황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곧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 됩니다. 그래서 믿는 이에게 죽음이란 희망의 문턱이요 시작이라는 믿음을 갖고 사랑하는 김 추기경님을 하느님의 손에 맡겨드려야 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것에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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