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나흘간 40만명 '인간의 강(江)'… 마지막 밤, 흰 눈꽃이 내렸다

추억66 2009. 2. 20. 14:45

 

 

나흘간 40만명 '인간의 강(江)'… 마지막 밤, 흰 눈꽃이 내렸다
● 숫자로 본 추모열기
자원봉사자 3200명… 성당 주변 상가는 특수
명동성당 111년史 처음으로 '프레스센터' 차려

 

40만명에 육박하는 조문객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맞으러 3200명의 자원봉사자가 움직였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나흘 동안 명동성당에서는 갖가지 기록이 만들어졌다.


프레스 카드만 217개 발급

명동성당에서 집계한 총 추모객 수는 19일 오후 11시 50분 현재 38만7420명이다. 이는 직접 성당 안으로 들어와 추기경을 조문한 사람들만 헤아린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은 2㎞에 달했고 평균 4시간 넘게 기다려야 성당에 이를 수 있었다.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16일에는 1500명 정도가 왔지만, 본격적인 조문이 시작된 17일에는 9만5000명이 성당을 찾았고, 18일에는 15만2520명으로 껑충 뛰었다.

하루에 800명의 평신도 자원봉사자들이 성당 안팎에서 교대로 근무하며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근조 리본을 나눠주고, 쓰레기를 치우고, 어르신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부축했다. 천주교 사제들도 대거 성당을 찾아 일을 도왔다. 성당 관계자는 "서울대교구에 소속된 본당 신부 688명, 수녀 430명, 신학생 252명이 일손을 거들었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명동성당 111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레스센터'가 성당 옆 꼬스트홀 1층에 마련됐다. 발급된 취재기자용 프레스카드는 217개, 촬영기자용 완장은 76개였다. 센터 책임자인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장은 "명동성당 역사상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외교관들도 대거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서울에 대사관을 둔 96개국 중 21개국에서 외교사절을 보냈다.
▲ 19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추모객들이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엄청난 물품, 차분한 성당

원하는 조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검은 '근조(謹弔)'리본은 20만개가 동원됐다. 방송사 대형 중계차 6대가 성당 곳곳에 캠프를 차리다시피 했고, 성당 표정 곳곳을 담기 위해 대형 카메라 33개가 동원됐다. 바깥에서 기다리거나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200인치 크기 대형 LED 화면 3개가 설치됐다. 어귀에서 정문에 이르는 언덕을 따라 김수환 추기경이 사북탄광을 방문하거나, 고 테레사 수녀와 함께 찍은 생전 사진 28장이 대형 액자에 내걸렸다. 추기경의 사진이나 말이 실린 대형 현수막도 7개가 나붙었다. 화장실에 가거나 일회용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하루 평균 사용된 물도 170t에 달해 평소의 열 배가 넘었다.

성당 앞 편의점 '세븐일레븐'에는 18일 하루만 1000명이 넘는 손님들이 몰려가 어묵을 먹거나, 따뜻한 캔커피와 삼각김밥 따위를 사 갔다. 평소 100개 팔리던 컵라면은 150개, 30개 정도 팔리던 캔커피는 90개, 100개 팔리던 삼각김밥은 200개, 400갑이 팔리던 담배는 600갑이 팔렸다. 성당 인근 오므라이스 전문점인 '오므토토마토'도 조문 기간 평소의 두 배인 800그릇을 팔아치웠다.

성당 안 '서적·성물센터'의 매출도 조문 기간에 10배가 넘게 뛰었다. 센터 운영자인 김승철(54) 신부는 "추기경님과 관련한 책만 지난 사흘 동안 4만권이 팔려나가 4000만원의 수익이 났다"며 "특별한 기간에 특별히 모인 돈인 만큼 정말 의미 있게 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