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마지막 얼굴, 흩어진 성수(聖水) 위로 아련히…

추억66 2009. 2. 20. 14:59

 

[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마지막 얼굴, 흩어진 성수(聖水) 위로 아련히…
● 장례미사 앞두고 입관

관 덮이자 신자들 흐느껴 묘비엔 성경 시편 새기기로

 

성수(聖水)와 향(香) 연기가 김수환 추기경이 누워있는 관 위로 흩어졌다. 장례위원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엄숙한 표정으로 예절을 마치고 물러서자 주교단과 유가족이 성수를 뿌렸다. 정화(淨化)를 위한 성수 뿌리기가 끝나자 삼나무 관의 뚜껑이 서서히 덮였다.


2009년 2월 19일 오후 5시 13분, 마지막까지 인자한 미소로 사랑과 감사를 이야기하던 김 추기경의 얼굴을 이 세상에선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명동성당 앞마당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성당 내부의 입관예절을 지켜보던 신자들 사이에선 탄식과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 19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 예절에서 정진석 추기경(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연기가 피어 오르는 향로를 흔들며 분향의 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를 앞두고 19일 오후 염습(殮襲)과 입관(入棺) 예절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정 추기경을 비롯한 일부 천주교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장례지도사 4명이 시신을 깨끗이 염습했다. 서울대교구는 평소 특혜를 싫어했던 김 추기경의 뜻을 존중하여 당초 예정과는 달리 김 추기경의 유해에 주교관(冠)을 씌우지 않기로 했다. 입관 예절에서 정진석 추기경은 "추기경 김 스테파노는 주님의 뜻을 따르고자 노력하며 지상에서 참된 신앙으로 사도직을 수행하였사오니, 천상에서도 주님의 자비로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입관 예절을 마친 후 다시 일반인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제 김 추기경의 얼굴을 볼 수 없음에도 조문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장례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는 일반 사제들과 똑같이 치르고, 운구차량도 사제들의 장례 때 사용하는 것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장례미사는 제대(祭臺) 주변에 30명의 국내 주교단과 조문사절로 방한한 외국 주교단이 둘러선 가운데 사제 200여명, 수도자, 서울의 220여 본당(성당) 대표 등과 내외 귀빈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장례미사는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하고 강론한다. 고별사는 주한교황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주교단 대표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 사제단 대표 최승룡 전 가톨릭대 총장, 평신도 대표 한홍순 전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별사는 한승수 총리가 대독한다.

장례미사가 끝난 후 명동성당을 출발한 운구행렬은 20일 오후 1시쯤 장지인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원묘지 성직자묘역에 도착, 하관 의식을 가질 예정이다. 추후 세워질 묘비(墓碑)엔 김 추기경의 사목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와 성경 시편의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는 구절이 새겨질 예정이다. 허영엽 신부는 "몇 년 전 추기경님이 지인들에게 묘비에 새길 구절로 시편을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