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

차/ 차/차

추억66 2008. 12. 9. 09:55

다 함께 茶茶茶

photo01 어린 잎일수록 아미노산이 많아 맛이 부드럽고, 크고 단단할수록 카테킨 함량이 높아 떫은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우리 선조들이 얼마만큼 차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다산 茶山이라 호를 정했을 정도로 차 애호가였던 정약용, 차와 참선이 다르지 않다는 다선일미 茶禪一味 사상을 내놓은 초의선사, 제주 유배지에서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추사체를 완성시킨 김정희까지 다도는 학문과 예술을 논하는 자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였다. 그들에게 차는 분명 단순한 음료 이상이었다. 요즘이야 웰빙 열풍으로 차를 마실 때의 여유로움보다 건강 성분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이 사실이지만 커피에 밀려 현대인의 삶에서 멀어졌던 녹차가 생활 가까이 한발 다가온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녹차는 피로 해소에 좋고 심장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혈압 저하, 노화 억제에도 효능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차로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두부나 청국장, 생선 등의 요리에 곁들여 영양소를 보충하고 음식 맛도 높이는 예가 많다. 청국장 요리에 녹차 가루를 뿌리면 특유의 군내가 약해질 뿐만 아니라 비타민 C 등 청국장에 없는 영양소까지 보충할 수 있다. 또 정어리, 고등어, 전갱이 등의 등 푸른 생선에 녹차 잎을 뿌려두면 항산화 작용을 해 신선한 상태를 오래 유지해 주고 항균 작용을 하여 식중독도 예방한다.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 성분은 특히 생선과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그뿐인가. 녹차 라테, 녹차 케이크 등을 소개하는 녹차 전문 카페테리아 ‘오설록’이 등장할 정도로 녹차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역시 녹차의 진정한 미덕은 차를 준비하고 음미하며 느끼는 마음의 여유와 평화라 할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찾고 지키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요즘 들어 각광받고 있는 느림의 미학이 차 한 잔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밖으로 내리는 곡우와 마주하고 작설차를 마시며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잠겨보라. 차는 그렇게 내 안으로의 침잠을 조용히 권한다.

 

photo01 눈이 오면 맞고, 비가 오면 빗방울을 이기며 굳건히 제자리를 지킨 차나무들은 아직 푸른 기도 오르지 않은 새싹을 틔우느라 여념이 없다. 4월 중순 곡우 즈음, 차밭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는 이 작은 이파리들이 바로 작설 또는 세작이라 불리는 녹차 잎이다. 참새의 혀처럼 작다는 의미다. 그 잎을 다시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야 비로소 우리가 마시는 작설차가 된다.


찻잎으로 만든 차는 이름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는다. 언제 따느냐에 따라,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부르거나 재배하는 고장의 이름을 따기도 한다. 제조 과정에 따라 이름을 짓기도 하는데 발효시키지 않은 차를 녹차, 발효킨 것을 오륭차라 한다. 또한 차를 완전히 발효시키면 홍차, 나중에 발효시키면 보이차라 한다. 색깔이나 모양도 천차만별이어서 차를 마시는 나라는 많지만 차를 즐기는 방법은 다 다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차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자 근본은 재배 시기다. 1년에 서너 번 아낙네들의 손을 타지만 찻잎은 역시 이른 봄에 따는 첫물차를 최고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