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어인가?
영어교육, 당연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7-1차 교육 과정에 따르면, 영어는 이미 정규 교과목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국어교육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어는 제2외국어로 배우지만 국어를 비롯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다른 과목은 한국어인 국어를 바탕으로 배우지 던가. 국어는 국어 한 과목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는 것, 이 점이 국어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국어의 중요성은 요즘 쉽게 간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개의 부모들은 일상 대화의 주된 언어가 국어이니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치고, 말하고, 읽고, 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영어 조기교육으로 인해 또래 아이에 비해 국어 수준이 낮은 아이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글자를 보고 읽을 줄은 알지만 그 뜻을 모른다거나, 아는 어휘의 범위가 너무 좁아 상황에 맞는 적정 낱말과 어미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등. 이렇게 되다 보면 국어를 사용하는 학교 교육에서도 당연히 장애가 된다. 심지어 IQ 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흔히 우리가 IQ 검사라고 말하는 지능 검사는 언어 검사와 동작성 검사로 나뉜다. 언어를 잘하면 학습성도 좋아질 수 있으며, 학습은 언어를 딛고 발달한다는 것이다.

국어교육에 소홀하면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
파랑새아이연구소 김기숙 소장은, 언어 체계는 만 5세쯤 완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그 이후부터는 읽기를 하면서 정보를 얻고 이러한 지식을 처리하고 받아들여 다시 자신의 지식으로 재구성해나가야 한다. 때문에 만 5세까지의 언어 교육은 일상에서 쓰는 말하기, 듣기와 같은 기능어 중심으로는 필요하지만, 아이가 언어로 배운 것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생각하는 단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으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능어 교육은 한국어 환경 하에서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즉 아이가 영어권에서 생활하면 일상적 영어 회화가 쉽게 가능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가 언어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사고의 틀을 만드는 교육은 다르다. 일단 사고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 지식들이 필요하다. 배경 지식은 책 읽기나 박물관 또는 미술관 체험, 일상 속에서 쌓아가는 경험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만 5세까지의 주 교육 기관인 유치원 교육이 중요하다고 김 소장은 말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기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기초 지식을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배경 지식을 쌓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유치원에서는 배경 지식보다 영어 단어를 익히는 것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배경 지식을 쌓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어교육을 소홀히 할 경우 아이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해도 영어, 국어 2개 언어에서 모두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어떤 언어로도 사고력이 완성되지 못하게 된다.

한국어 언어 평가로 아이 수준을 체크할 것
김기숙 원장은 영어든 국어든 앞으로 아이 교육의 메인 언어를 정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사고력을 어떤 메인 언어로 완성시킬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라는 것. 만약 아이가 미래에 정규 교육 과정을 영어권 나라에서 마치고 그곳에서 삶을 꾸릴 계획이라면 영어로 사고의 틀을 쌓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유학 계획이 불확실하거나 유학 후 한국에 들어와 살 계획이라면 당연히 아이의 현재 환경에서 수월한 국어를 메인 언어로 결정해야 한다(한국어 환경에서 드물게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잘 익히는 아이가 간혹 있다지만, 보통의 아이들에게 이중 언어란 버겁다).
국어를 메인 언어로 정했다면 책이나 신문, 영화 등 아이의 수준의 맞는 재료를 찾아 아이가 그것을 보고 감정과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어 역할놀이를 해본다든지, 그림에서 본 어떤 사물을 직접 구해서 관찰해본 뒤 느낌을 말한다든지,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만약 이미 선행된 영어교육으로 국어 체계가 약해진 아이라면 한국어로 된 언어 평가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언어 평가를 통해 어휘, 구문, 발음, 적정 환경에 맞는 낱말이나 표현을 사용하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데, 전반적인 아이의 언어 이해도와 표현 능력이 평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평가는 소아정신과, 사설 언어연구소, 복지관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언어 평가는 만 2세부터 8세까지 가능한데, 연령에 따라 테스트 항목들은 달라진다. 테스트 후에는 아이의 현재 언어 연령, 동일 연령대 사이에서의 상대적 위치, 강점과 약점인 언어 영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학습 지도법을 조언 받을 수 있다. 테스트는 보통 1시간 정도 소요되고, 사설 연구소의 경우 8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기획 조희재 | 포토그래퍼 조상우, 김근호 | 레몬트리

파랑새아이연구소 김기숙 원장은…
김기숙 원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언어병리학을 공부하고, 한국 언어청능전문가협회 언어치료사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현재,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전문적인 평가와 진단, 개별화된 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주는 파랑새아이연구소를 운영 중.기획 조희재 | 레몬트리
강남의 대표 국어 학원 탐방기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문예원
문예원은 21년 전통의 사설 국어교육 기관이다. 4세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등록할 수 있는 이곳은 평균 수강 기간이 5~6년일 정도로 국어교육을 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평균 7~8명의 그룹으로 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는 문예원은 1년에 1월과 7월 딱 두 번만 등록이 가능하다. 중간에 그룹에 빈자리가 생겨도 수시 등록을 받지 않는다. 문예원은 대치본점과 분당지역점 2곳이 있으며, 미취학 아동을 위한 수업은 현재 대치본점의 별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수업, 놀이기구는 책
문예원 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4세 수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수강한다. ‘책은 놀이기구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책을 놀잇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엄마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 해서 엄마들에게 놀이처럼 책을 읽어주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수업을 함께 듣는 사이에 엄마의 생각이 변화되는 것을 꾀하는 것. 약 2시간 동안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직접 보기도 하고, 책에 등장하는 사물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아이와 함께 배운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아이가 느끼게 한다. 책 읽기 자체를 아이가 즐거워해야 국어, 논술 등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예원의 기본 생각이다.
문예원에서는 4~7세 아이들 단계의 국어교육인 한글, 배경 지식 쌓기, 표현하기 등을 모두 그림책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별도의 한글 쓰기 교육도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따로 한글 쓰기 교육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별도로 한글학습지처럼 한글을 써본다거나 눈에 억지로 익히게 하는 학습은 없다. 글쓰기 교육도 그림책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상황에 빠져 나라면 어떻게 말할지, 그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등을 자유롭게 말하게 한다. 그것이 곧 생각을 통해 사고력을 넓히는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문예원은 1년에 한 번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12월에 전시회를 가지는데,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상황에 맞는 그림을 그린다. 이때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가감 없이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 구분 없이 통합 교육
문예원은 언어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를 통합적으로 해야만 언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일기를 쓰라고 하면 바로 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글자가 아닌 말로 오늘의 특별한 일을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뒤 아이가 답한 것을 적어주고, 적은 것을 바탕으로 아이가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가 글쓰기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다라는 방법론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하면서 사고력을 넓힐 수 있다.
이곳에서는 책과 함께 생활도 교재로 자주 활용된다. 추상적인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주제를 찾아서 쓰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생활이 결부되면 아이들도 쉽게 말하고 쓴다.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밀접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국어교육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된단다.

책과 교과 학습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다, 이안서가
문을 연 지 1년 정도 된 이안서가는 새로운 국어교육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책과 친해지는 곳’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는 이안서가는 아이들에게 한글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여기에 덧붙여 책으로 아이들이 국내 정규 교과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자체 제작한 워크북을 활용한다. 5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연령별로 클래스가 구성되어 있고, 한 반에 6~7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현재 대치본점과 분당점이 운영 중이며, 조만간 일산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독 동화책과 워크북 학습
이안서가는 주당 1회 수업을 한다. 수업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한 권의 그림책을 정해서 책을 읽고 자체 제작한 워크북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매월 4권의 그림책과 4권의 워크북으로 읽기와 쓰기 교육을 하는 셈. 이 4권은 보통 국내 창작 그림책, 국외 창작 그림책, 전래동화, 지식 전달 그림책으로 구성된다. 자체 제작 워크북은 이안서가의 연구개발팀에서 각 연령에 맞는 추천도서, 독서 그리고 강남교육특구 내 초등학교들의 독서들을 바탕으로 엄선한 그림책을 기초로 제작했다(강남교육특구 내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의 독서가 비교육특구의 3~4학년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사랑, 용기, 우애 등의 5개 대분류를 바탕으로 그림책 한 권이 선정되고 그림책을 읽은 후 아이와 선생님이 이를 활용해 이해와 확인, 생각과 표현, 쓰기 등의 독후 활동을 워크북으로 한다. 어휘 확장을 위해 몇몇 단어는 직접 써보고 인지하도록 하기도 한다.
책과 친해지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다 보니 이안서가의 기본 강좌는 그림책을 잘 읽어주고 내용을 잘 이해하는지 점검한 뒤, 워크북을 토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사고력을 넓힐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진학을 앞두고 있거나 영어유치원 졸업 후 단기간 국어 능력 향상을 해야 하는 7세 아이들은 옵션 강좌로 기본 강좌 외에 1시간의 등 통합 교과 학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강좌는 초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의 과정을 국어 교과서와 이안 국어 교재를 통해 선행 학습하는 과정이다. 어휘, 속담에서 관용구까지 함께 배워 아이의 문장 이해 능력을 높여준다. 또, 독해와 작문의 기본이 되는 문법 학습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영어유치원을 다녀 국어 체계가 약한 아이나 책을 좋아하지만 학습과 연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커리큘럼이다.

자체 테스트로 아이 수준을 확인한다
이안서가의 언어능력평가시험(ILAT)은 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이안서가가 개발한 자체 테스트다. 이안서가의 모든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이전에 아이들은 이 평가시험을 거쳐야 한다. 평가시험은 문자와 어휘, 청해, 독해, 문법, 응용의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6세 아이들은 문자와 어휘, 청해만 평가한다. 테스트는 아이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과 수준별 맞춤 그룹 구성을 위해 진행된다. 아이의 언어 영역별 강약점을 파악해 같은 강점과 약점을 가진 아이들을 한 그룹으로 구성한다. 평가를 통해서는 성별, 유치원 유형별, 영역별, 지역별 평균과 점수 등의 분석이 가능하다. 이안서가는 3개월 단위로 등록이 이뤄지는데 등록에 맞춰 중간 테스트도 함께 진행된다. 이 중간 테스트는 아이가 지난 3개월 동안 총 12권의 그림책에서 배운 어휘, 내용 등을 점검해보는 과정이다. 책 속 대화를 듣고 어떤 책이었는지 맞히거나 문장 받아쓰기, 책 속 어휘 찾기 등을 평가한다. 평가는 철저하게 아이의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자료로만 활용된다. 단, 5세 아이의 경우에는 이 3개월 단위의 중간 테스트가 없다.

기획 조희재 | 포토그래퍼 조상우, 김근호 | 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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