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교육은 엘리트교육 아니다”

“과학영재교육은 엘리트교육 아니다”

특별지도는 창의력 극대화하는 과정일 뿐 2008년 07월 28일(월)

과학영재교육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故 정연태 교수의 노력을 중심으로 총 3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 [편집자 註]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거의 교육전문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온 나라에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고 각종 주장이 난무한다. 과학영재교육 분야도 다르지 않다. 과학영재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철학이 없다면 대학입시 제도처럼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예상한 듯, 고 정연태 교수는 과학영재교육 추진시 확고히 해야 할 몇 가지 전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교육에서의 평등주의는 형식적인 획일주의와 다르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연령에 따라 똑같이 가는 것이 교육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육에서의 평등은 그 학생의 소질과 자질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교육이 이루어질 때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교육에서 획일주의가 평등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횡횡하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평등주의와 획일주의는 달라 둘째는 영재아들도 일반학생처럼 교사의 지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과학영재아들이 적절한 영재프로그램으로 자격있는 교사의 지도를 받을 때 그들의 학습과 창의성에서 높은 성취를 기대할 수 있다. 머리가 좋은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지도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가 더해지고 적응력이 향상된다. 실제 정 교수가 천재라 알려진 어린이들을 직접 지도한 결과 IQ(지능지수)는 평균 16점이 향상됐고, 자연에 보다 호기심을 가지게 됐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가 유발되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 교수가 지도했던 어린이 중에는 2세에 책읽기를 시작했고 4세에 사칙연산과 간단한 영어회화를 하는 초등3년의 학습능력을 가진 네 살배기도 있었다. 셋째는 과학영재교육을 사회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엘리트라는 것은 무엇인가 특별함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집단을 말한다. 최근 특목고 · 영재학급 등이 일종의 엘리트 교육으로 인식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제대로 과학영재를 선발해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은 엘리트교육이 아니고 과학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음악의 천재들이 개별 특별지도를 받아 그 재능을 더 잘 발휘하는 것이 한 사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영재교육이 엘리트교육으로 변질되어 사교육(과외 등) 극성을 가져온 면이 있다. 엘리트교육이 불러온 사교육 열풍 이 같은 기본 전제에 충실하게 과학영재교육 체계를 갖춰 나간다면 과학영재들이 보다 창조적인 활동에 그 재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해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과학영재의 창의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창의성은 지각적 개방성 · 유창성 · 융통성 · 조직성 · 정교성 · 독창성으로 구분해 알아 볼 수 있다. 여기서 지각적 개방성이란 문제의 사태에 대해 독립적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문제의 대한 감수성, 문제의식의 민감성을 뜻한다. 유창성이란 주어진 자극에 대하여 제한된 시간내에 얼마나 반응을 보이느냐는 것으로 민첩성 · 원활성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교성은 주어진 문제를 세분화해 전개시키고 문제에 포함된 의미를 명확히 파악해 결함을 보완하는 능력을 말한다. 독창성이란 기존 지식의 재구성이나 통합이 아닌 새로운 반응을 도출하는 것이다. 선발된 과학영재들이 위와 같은 창의성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타낼 때 큰 성취가 예상된다. 과학영재는 단순한 조숙아도 아니고 미리 공부를 당겨한(선행학습) 학생도 아니다. 과학영재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 그러나 요즈음 특목고 열풍, 사교육의 팽창으로 진정한 과학영재를 알아 보고 키우기 어려운 형편에 놓였다. 여기에는 지난 20여 년간의 영재교육 시스템이 혼선을 거듭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정 교수는 85년 한 연구보고서에서 ‘과학영재를 수용하고 이들을 활용하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며 교육받은 과학영재들이 충분한 보상이 없어 타 분야로 나가는 것을 우려했다. 현재의 과학고등학교 실태를 본다면 이미 20여 년 전에 문제를 예견한 셈이다. 정 교수가 과학영재교육의 연구와 실행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얻어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오늘날,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과학(영재)교육은 어디에 와 있는가?

장재열 편집위원 | cjy@scinews.co.kr 저작권자 2008.07.2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