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 정호승
나는 그대 등 뒤로 내리는
봄눈을 바라보지 못했네
끝없이 용서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대 텅빈 가슴의 말을 듣지 못했네
새벽은 멀고
아직도 바람에 별들은 쓸리고
내 가슴 사이로 삭풍은 끝이 없는데
나는 그대 운명으로 난 길 앞에 흩날리는
거친 눈발을 바라보지 못했네
용서받기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날들이 지나
다시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사막처럼 엎드린 그대의 인생앞에
붉은 무덤 하나
흐린 하늘을 적시며 가네
검정 고무신 신고
봄눈 내리는 눈길 위로
그대 빈 가슴 밟으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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