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추억66 2012. 11. 27. 23:32

공 재 동
슬픈 사람에게 별은 친구이자 애인
장석주·시인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 일러스트=양혜원
별을 노래한 시들은 지천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라고 쓴 것은 윤동주다. 시인들에게 별은 몸을 고되게 부려야 하는 지상의 삶과 멀리 떨어진,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초월적 실재에 대한 표상이다. 하늘은 벼락과 비를 관장하는 주신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하늘과 별은 외경심을 자극한다. 우주의 둥근 천장, 그 궁륭의 별들이 땅의 운명을 계시한다는 믿음은 오래되었다. 《고려사》의 천문지에도 '하늘이 징후를 나타내어 길흉을 보인다'는 구절이 보인다.

천문학과 주술적 미신이 버무려진 별점치기는 별의 운행 자리, 빛, 모양 등이 자연현상이나 나라의 운세 그리고 운명의 조짐이라는 믿음에서 번성한다.

별들은 몇 천 광년이나 그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먼 은하 성단의 별에서 오는 빛은 아직 지구에 닿지 않은 것도 있다. 그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 아래 서면 우리는 알 수 없는 신비 속에 사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공재동(59)의 동시에서 별은 사람에게 보다 다정한 별이다. 그 별들은 사람의 감정 기복에 따라 반응한다. 기쁜 날에는 없더니, 슬픈 밤에는 하늘에 별이 가득 찬다. 그럴 리가 없지만 별은 그걸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누구나 울고 싶을 때 마음 밖에 있는 외부적 요소의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슬픈 사람에게 별은 친구이자 애인이다. 슬플 때는 '가슴에도 별'이 뜨고, '온 세상이 다 별이다.' 별들은 밤의 눈(眼) 혹은 밤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다. 아하, 기쁠 때 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많은 별들이 누군가의 슬픈 가슴으로 몰려 갔기 때문이다.

시인은 또 다른 별에 관한 시를 썼다. '별이 지고나면/ 해가 돋아나듯이// 네 없는 마음/ 쓸쓸하지 않도록// 별 하나/ 꼭꼭 묻어둔다// 모두가 잠든/ 이 어둔 밤에.'(〈별 하나〉) 별이 슬픈 마음에 위로가 되는 까닭에 시인은 누군가가 '쓸쓸하지 않도록' 별을 어두운 밤에 '꼭꼭 묻어둔다'고 썼다. 공재동은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나고, 1977년 문단에 나왔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장학사로 일하기도 한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다. 30여년 동안 쉼 없이 동시를 쓰며 부산교육대학 출신들로 이루어진 아동문학 동인 '맥파'를 결성하여 이끌어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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