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이성진 교수의 아이러브 eye

추억66 2010. 6. 23. 10:08

[동아일보]

건조한 눈에 식염수를 넣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눈물의 특성과 비슷하게 만든 다양한 인공 눈물 안약들이 등장했다. 방부제 없이도 안약을 잘 보전할 수 있는 특별한 통이 개발됐다. 눈 주위에 뿌려서 건조한 눈 환경을 개선시키는 안약도 나왔다.

대개 이러한 눈물 안약들은 검은자(각막)를 마르지 않게 코팅시켜 주는 다당류의 점탄성 물질로 되어 있다. 최근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안구건조증 안약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남성호르몬과 눈물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1986년 미국 하버드대의 설리번 교수팀은 쥐를 거세한 뒤 눈물을 미세한 유리관으로 모았더니 눈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눈물샘을 보호하던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이 사라져 쥐의 눈물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했다.

1999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의 워런 교수팀은 암토끼의 난소를 제거한 후 눈물샘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눈물샘 세포들이 5시간 뒤부터 죽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염증세포가 생긴 것을 관찰했다. 이 토끼는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워런 교수는 토끼의 눈물이 말라버린 이유를 안드로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의 몸에는 두 종류의 호르몬이 모두 존재한다. 여성호르몬은 안드로겐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떤 호르몬이 열쇠를 쥐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2004년에 같은 팀의 아차롤로 박사는 난소를 제거한 토끼에게 여성호르몬을 주사했더니 놀랍게도 눈물샘의 구조와 기능이 거의 보존됐다. 결국 눈물샘의 눈물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똑같이 관여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거세를 한 쥐의 눈물은 왜 반만 감소했을까. 난소를 제거한 토끼의 눈물은 왜 완전히 말라버렸을까. 혹시 숫쥐에게 있는 여성호르몬이 눈물샘을 일부 보호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암토끼의 남성호르몬은 눈물샘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못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최근 점액을 만들어내는 흰자(결막)에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여성호르몬이 눈물의 양뿐 아니라 질 좋은 눈물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6년 독일 여성 7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폐경기 여성에게 안구건조증이 더 많았고 그 시기에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은 눈이 더 건조했다. 또한 40세 이전에 난소의 기능이 상실된 환자에게서 심한 안구건조증이 발생했다.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보안경을 쓰고, 눈물 안약을 사용하며, 따듯한 눈 찜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눈물 안약으로 개발하여 임상실험 중이라는 소식은 폐경기 여성의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데 희소식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안드로겐 안약이 아니다. 어쩌면 이 시기야말로 안약보다 더 좋은 호르몬을 가진 인생의 동반자가 여성의 부족한 눈물을 채워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이성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