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건강한 식탁

추억66 2010. 1. 14. 11:04

 
 
 
 
건강。|생명의 식탁
 

음식에 영향을 받은 유전자는 대물림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내 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내가 먹은 음식은 알고 보면 자식과 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태아는 엄마 몸을 통해 먹을 것이 적게 들어오면, 바깥 환경도 음식이 그리 풍족하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일기 예보로 듣고 배 속 환경에 맞춰 유전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적응을 한다. 적게 먹는 것에 적응한 채 태어났는데, 음식이 풍족한 환경이라면 금방 당뇨나 비만 등에 걸리기 쉽다. 게다가 태아의 몸속에는 이미 난소 세포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내가 먹은 음식의 정보는 자녀에게서 손자에게로 전해지게 된다.

DNA 스위치는 음식에 들어 있다
그렇다고 물려받은 유전자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후성유전학’에 그 해답이 있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우리 몸의 DNA는 변하지 않지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유전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후성 유전 물질인 ‘메틸기’는 DNA에 붙어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데, 스위치처럼 유전자의 기능을 껐다(switch off) 켰다(switch on)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유전 정보를 악보의 음표라고 본다면 후성 유전 물질은 음표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연주하라고 일러주는 지시어인 것. 모든 메틸기는 음식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우리의 식습관에 따라 메틸기의 양이 달라지고 유전 기능도 달라진다. 특히 채소의 ‘엽산’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구석기 시대의 원시인과 닮은 유전자
후성 유전 물질은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유전자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진화해 왔지만, 아직도 약 1만~5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원시인과 똑같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동물의 살코기를 주로 먹으며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원시인들만큼 많이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액상 과당, 설탕, 흰 밀가루로 만든 빵 등 그들이 전혀 먹지 않았던 가공식품들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 유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 계속 들어오면 몸은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조절 기능이 망가져버린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내 몸의 유전자가 편안해하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유전자를 편하게 하는 구석기 식이 요법
유전자를 편하게 하려면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을 먹거나, 그들이 먹지 않았던 음식을 피하면 된다. 구석기 식이 요법은 각종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 위주로 먹는 것인데,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 흰밥 대신 잡곡밥, 현미밥을 매끼 반 공기씩만 먹으면 좋다. 구석기 시대에는 주로 과일과 견과류, 씨앗 등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했고, 포화 지방이 적고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양질의 육류를 먹었다. 따라서 견과류, 등 푸른 생선, 해산물, 들기름, 카놀라유 등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은 식품을 많이 먹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 쇠고기・돼지고기의 살코기나 닭 가슴살같이 포화 지방이 풍부한 육류가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달걀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고, 열세 가지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다.

 

 

건강한 유전자를 위한 노력


◆베란다 수직텃밭
녹황색 채소에는 DNA 합성 과정에 필수적인 엽산이 들어 있다. 몸에서 엽산이 부족하면 유전자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는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이나 이종 교배 작물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 게다가 유기농 식품이라도 생산 후 포장해서 식탁에 오르는 사이에 많은 영양소가 손실된다. 비타민 C의 경우 20%나 파괴된다. 이처럼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채소나 과일 등을 직접 재배해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 농부’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아파트 문화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옥상이나 베란다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에 사는 박청일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만든 텃밭을 가꾼 지 3년 된 베테랑 도시 농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좁은 베란다 공간을 가득 메운 텃밭이 보였다. 베란다 텃밭은 화분 5개를 층층이 쌓아놓은 것인데, 한겨울이었지만 상추며 미나리, 부추 등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5층 화분 텃밭은 박청일씨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화분 하나 놓을 공간에서 5배의 작물이 나오기 때문에 주거 공간이 좁은 도시에서는 효율적인 재배 방법이다. 맨 위쪽 화분에 물을 주면 아래층 화분까지 저절로 내려가도록 했고,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화분이 회전되게 만들었다.

 

 

 
 
 
 

화분을 조금 따뜻한 곳으로 옮겨놓고 심는다. 상추의 경우 씨를 심고 2개월 후면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자라는데, 가운데 상추를 하나씩 솎아주면 더 잘 자란다. 뜯어 먹기 무섭게 또 자라기 때문에 베란다 텃밭에는 채소가 떨어질 염려가 없고, 생각보다 벌레가 잘 안 생겨 기르기도 편하다.


◆하루 세끼, 자연을 담아내다
박청일씨는 “몸에 좋은 채소는 건강한 흙에서 나온다”며 “텃밭을 가꿀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비료와 흙”이란다. 흙의 경우 코코넛 껍질 가루와 펄라이트(진주를 구워 부순 가루)를 섞어 만든 상토를 종묘사에서 사는 게 좋은데, 모두 자연 재료로 만든 것이라 안심할 수 있고, 두 달 동안 비료를 안 줘도 될 만큼 영양분이 들어 있다.

여기에 직접 만든 액상 비료를 넣으면 더 잘 자란다. 박청일씨의 아내 김정숙씨는 남편이 정성스럽게 기른 채소를 하루 세 끼, 정성스럽게 식탁에 담아 낸다.
“사실 시중에서 파는 채소는 어떻게 키웠는지 알 수 없잖아요. 화학 비료 없이 직접 키우면 유기농이라 좋지만 무엇보다 싱싱한 채소를 바로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는 게 더 좋아요. 가족 모두 고기나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채소 위주의 식탁을 차려요. 고기를 먹더라도 살코기 위주로 상추, 부추, 곰취 등 쌈 채소와 함께 먹는 편이죠.”
자연의 식탁이 습관이 된 부부를 보니 앞으로 그들의 자녀, 또 손자들까지 모두 건강할 것 같다.